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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동학개미'서 '원유 불나방'…6월물 유가도 마이너스로 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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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전 마이너스 진입시 줄줄이 전액 손실

“추가 매수 자제”…운용사 이례적 공시

이데일리

KODEX WTI원유선물(H) 가격 추이(제공=마켓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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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추가 매수를 자제해 주시기 바란다.”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상상 이상을 넘어서면서 운용사가 투자자에게 매수를 권하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일시적이나마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6월물 또한 만기 전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능성은 낮으나 만에 하나 6월물이 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관련 상품이 줄줄이 전액 손실이 나는 최악의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3일 삼성자산운용은 ‘KODEX WTI 원유선물 ETF’에 6월물 뿐만 아니라 7, 8, 9월물을 분산해 추종한다고 밝혔다. 전일까지만 하더라도 해당 상장지수펀드(ETF)는 WTI 6월물 79.22%, USO ETF 20.78%를 담았다. 하지만 이날 6월물 일부를 8월물 19.82%, 7월물 19.26%, USO ETF 18.65%, 9월물 9.42%로 롤오버했다. 6월물은 절반 이하인 32.85%로 줄어들었다.

기초자산인 유가의 변동성이 커지자 기초자산 교체를 통한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다. ‘KODEX WTI 원유선물 ETF’의 다음 월물 교체는 5월 11일부터 15일(매월 5일째 영업일부터 9일째 영업일)에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6월물이 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해당 비율만큼 손해가 발생한다. 이론적으로 보유 월물의 가격이 마이너스로 진입한다면 투자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다. 주식과 달리 선물은 만기가 있어 펀드는 자연스럽게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레버리지, 인버스2X ETN(상징지수채권)도 상폐 가능성이 높다. 레버리지나 인버스2X 상품은 일간수익률의 2배를 따라간다. WTI선물 가격이 직전 정산가 대비 ±50%이상 상승 또는 하락하게 되면 기초지수의 일간수익률이 -100%가 되면서 지표가치가 ‘0’ 이 된다. 삼성증권은 “지표가치가 ‘0’이 된 ETN은 이후의 선물가격 등락에 상관없이 ‘0’을 이어가면서 상폐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표가치가 ‘0’이 될 경우 규정으로 정해진 바는 없으나 상장폐지가 될 우려도 있고, 상장폐지가 결정될 경우 정해진 날짜의 지표가치로 상환 되는데 이때 지표가치가 ‘0’이므로 원금전액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혹은 극단적인 변동성이 지속돼 유동성공급자(LP)인 증권사가 호가를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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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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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유가’ 초유 사태를 맞아 운용·증권사도 ‘초긴장’ 사태다. 이날 금융당국이 관련 상품에 대해 두 번째 가장 높은 수준인 ‘위험’ 단계의 소비자경보를 발령한 것과 별개로 자체적으로 위험 가능성을 안내하는 공시를 게재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슈퍼 콘탱코가 지속돼 롤오버 비용 발생에도 불구하고 ‘KODEX WTI 원유선물 ETF’의 보유 월물을 조정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원유선물Enhanced(H) ETF’는 자체적인 전략에 따라 WTI 12월물을 담고 있으나 시장 변동성을 면밀히 모니터 하고 있다.

김승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마케팅본부 팀장은 “파생상품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예탁금, 사전교육, 모의거래 등이 요구되지만 레버리지나 인버스2X ETF나 ETN은 상대적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면서 “기본적인 이해를 돕는 장치 마련과 함께 투자자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6월물의 마이너스 진입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WTI의 마이너스 사태는 파생상품 만기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원유재고가 수용가능량을 초과하기는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유저장 한계 도달을 방지하기 위해 산유국 연대체인 OPEC+와 미국이 적극적인 유가 부양정책을 펼칠 수 있다”면서 “현재 전세계적으로 대략 15억배럴의 원유를 재고로 수용가능해 OPEC+의 적극적인 감산과 코로나19사태의 진정이 맞물린다면 원유저장 수용 가능량이 한계에 도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과 다르게 원유 재고 축적 속도가 조절되지 않는다면, WTI 6월물 만기일(5월 21일)에 임박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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