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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괴리율 900%까지 벌어진 원유 ETN… 유가 4배 올라야 제값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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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급락으로 원유 연계 레버리지 ETN의 지표가치가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의 투자는 계속 집중되면서 괴리율(지표가치와 시장가격 차이)이 최대 900% 넘게 치솟고 있다.

괴리율이 높다는 것은 실제 유가를 반영한 기초지수보다 ETN 가격이 비싸게 형성됐다는 것이다. 현재 가격이 그대로일 때 괴리율이 ‘0%’가 되려면 기초자산인 원유선물 가격이 최대 4배 가까이 올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비즈

미국 오클라호마 시티 원유 시추기.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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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H)’의 괴리율은 771%를 기록했다. 전날 이 상품의 지표가치는 86% 가량 하락했지만 개인 순매수가 19억원 넘게 몰리면서 시장가격은 28% 떨어지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 상품은 장 마감 후 실시간 지표가치가 60원대로 하락하면서 괴리율이 900%를 넘어서기도 했다.

21일(현지 시각) WTI 6월물 종가, 22일 신한 레버리지 WTI ETN 종가기준(11.57달러)으로 추산해본 결과, 괴리율이 0%가 되려면 6월물 가격이 56.17달러가 돼야 한다. 이는 22일 종가인 13.78달러의 4배 수준이다. 이 상품은 기초자산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상품 괴리율의 2분의 1을 적용했다. ETN 가격은 변동이 없고 WTI 6월물 가격이 하루에 오른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국내에 상장된 나머지 3개 원유 연계 레버리지 ETN도 마찬가지로 괴리율이 높다. 이들 상품도 모두 WTI 6월물을 추종한다.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 혼합ETN(H)’의 괴리율은 177%로 WTI 가격이 정지 당시 6월물 가격(11.57달러)보다 88.5%가 오른 21.8달러가 돼야 괴리율이 0%가 된다. 다만 이 상품은 브렌트유도 함께 담는 지수를 추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해야할 WTI 가격 추정치가 달라질 수 있다.

지난 20일부터 거래가 정지된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은 정지 직전일 기준으로 추산하면 괴리율이 77.68%로 당시 WTI가격인 19.87달러에서 38.8%가 상승해야 한다. 같은 기간 정지된 ‘QV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H)’도 마찬가지로 괴리율 39.92%의 절반인 19.96% 만큼 WTI 6월물이 23.8달러까지 올라야 괴리율이 정상화된다.

이들 추정치에는 롤오버(선물교체) 비용이 반영되지 않았다. 롤오버 비용을 반영해 ETN 가격이 더 하락한다고 가정하면 유가는 추정치보다 더 올라야 한다. 최근 선물이 현물보다 비싼 콘탱고 장세가 형성돼 있어 롤오버 비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가 극단적으로 하락해 지표가치가 ‘0원’으로 떨어지면 투자금 전액 손실이 확정돼 원유가 다시 오른다해도 원금을 회복할 수 없다. 지표가치가 0원이 되면 유가 상승률이 반영되지 않는다. 전날 기준 레버리지 WTI ETN 3개 종목의 지표가치는 모두 1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신한 레버리지 WTI ETN의 지표가치는 74.6원, QV 레버리지 WTI ETN은 72.01원, 삼성 레버리지 WTI ETN은 95.7원이다.

이 상품의 괴리율이 ‘0%’가 되기 위해서는 LP(유동성공급자)인 증권사가 주식을 추가로 상장하거나 투자자가 투자를 줄이는 방법도 있지만 최근 증권사들의 추가 상장에도 괴리율은 계속 확대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경민 기자(sea_throug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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