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자발적 기부' 절충안 마련…긴급재난지원금 100만 원 전국민 지급 합의
국민들 "정부가 기부 강요", "세금 낭비" 반발
김재원 "나라를 협찬받아 운영할 수 없다"
미래통합당 소속 김재원 국회 예결위원장이 지난 21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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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100만 원(4인 가족 기준)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재정부담은 사회 지도층과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경감할 계획이다. 그러나 '자발적 기부' 절충안을 두고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기부 또는 수령 거부를 강제할 수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총선 공약대로 긴급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 방침을 유지하겠다고 22일 밝혔다. 지급대상을 당초 소득 하위 70%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대신 고소득층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재정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긴급성과 보편성의 원칙하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사회 지도층과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재정부담을 경감할 방안도 함께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기부·반납 참여를 이끌어낼 방안에 관련해서는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이것을 기부금으로 인정하고 세액 공제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 지급 절차에 들어갈 때 당사자가 '지급받지 않고 기부하겠다'고 하면 그 부분을 기부금으로 처리해 세액 공제를 연말 연초에 지급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소득 하위 70% 지급을 기준으로 편성한 7조6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할 경우 3조~4조 원의 증액이 필요해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미래통합당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합의는 늦어질 전망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재원 미래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주장에 구체성이 없다"며 "예산을 심사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 민주당이 정부 측과 협의가 됐다면 수정 예산안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2일 국회에서 추경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찬대 원내대변인, 조정식, 윤관석 정책위수석부의장/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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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국민들 사이에서도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들은 '자발적 기부' 절충안을 두고 "말이 안 되는 방안"이라며 입을 모았다. 고소득자를 분류하는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50대 직장인 A 씨는 "자발적 기부 같은 처리방식은 결국 행정처리 비용과 인력만 낭비하는 결과를 낳게 되리라 생각한다"면서 "소득 하위 70%라는 기존의 기준이 합리적이지 않았다면 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어야 하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 씨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을 나누는 기준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서 "결국 자발적 기부도 상위 30%에 요구하게 될 텐데 국민들의 반발을 감당할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30대 직장인 B 씨도 "'자발적 기부'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줬다 빼앗는 것 아닌가"라며 "나랏빚까지 져서 모든 국민에게 돈을 다 퍼준 뒤에 만약 자발적 기부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반문했다.
이어 B 씨는 "정부의 퍼주기식 지원은 결국 세금을 내는 국민의 몫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면서 "지원금을 못 받아서 억울하다는 국민이 나오겠지만, 재난지원금이 없으면 당장 생계가 곤란한 피해계층에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정책위의장은 자발적 기부금 유도에 대해 현재 세법상 전혀 존재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국민에 지원금을 나눠주면서 기부를 받아 충당하겠다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 운영 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며 "나라를 협찬받아 운영할 수는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지금 예산안에서 7조 6,000억 원은 대부분 기존 예산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돼 있는데, 새로 3조 원 이상의 국채를 발행하려면 (기존 예산안에) 내용이 없기 때문에 다시 수정 예산안을 편성해 와야 한다"며 "불법적인 방식으로는 국회를 운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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