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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보수참패 원인이 막말? 아니다"...위기의 보수에 미래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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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김혜민 기자] "막말 논란이요? 그건 큰 문제가 안 됐습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때로는 이상한 사람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여당의 잘못한 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싸워서 권력을 잡아야겠다'는 의지 자체가 보이지 않았던 게 근본 원인이에요."(박관용 전 국회의장)


지역구 84석. 범 보수 진영의 통합을 내세우며 야심차게 출발한 미래통합당이 이번 총선에서 거둔 성적이다. 위성정당까지 합해 겨우 개헌 저지선을 넘어서는 참혹한 스코어는 국민들이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아닌 야당을 심판했음을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겠다'던 그들은 왜 심판당했을까. 보수 원로들과 전문가들에게 보수를 대변하던 통합당의 몰락 원인을 물었다.


박 전 의장은 22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비판력이 부족하고, 싸워서 권력을 잡아야겠다는 의욕이 보이지 않는다"고 보수 진영 전반의 문제를 진단했다. 그는 "야당이 전국을 돌면서 '문 정권은 이런 실정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어야 한다. 그런 제하의 강연회를 가 본 적이 없다. 국민에게 정권을 잡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정당 명맥을 유지하고 국회 의석도 적당한 수나 채우면 역할을 다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막말 논란'이 영향을 미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박 전 의장은 그보다 근본적인 '정당의 대안 제시력'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는 "야당이 한 게 없다. 문 정권의 잘못을 지적하고, 우리는 이렇게 하겠다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 투쟁'을 할 힘이 없었다"며 "야당이 국민을 모아 놓고 광화문에서 연설을 하길 했나, 시민단체가 나와서 했다"고 지적했다.


통합당이 보수 대표 세력으로 꼽히긴 하지만, 그동안 보수 가치를 대변했는지에 대해 반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이번 선거가 보수ㆍ진보의 싸움이었느냐고 하면 그건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박 교수는 "통합당을 보수라 하기 애매하다. 그들의 지지세력인 영남ㆍ60대 이상ㆍ서울 부자들ㆍ생각이 보수적인 사람들ㆍ박근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진영 안에서 보수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보수로 묶을 수 없는 사람들도 많았다"며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라고 하는 보수 정치인이 어디 있나"라고 반문했다.


과거에는 '보수-진보' 이념을 중심으로 정치를 했다면, 앞으로는 정책 중심의 정치를 해야 한다는 충고다. 박 교수는 "보수와 진보 이데올로기는 힘을 잃었지만, 정책에는 여전히 보수ㆍ진보의 가치가 있다"며 "중도 쪽의 정책으로 사고방식을 바꿔 때로는 국민 다수가 원하면 더불어민주당보다 먼저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도 기존 보수 기득권 집단이 '공공선(公共善)'과 거리가 먼 천민 자본주의, 냉전 반공주의에 편향된 점을 지적했다. 개인이 아닌 국가나 사회 등 공공의 가치와 이익을 강조하는 공공선의 철학부재를 꼬집고 있다. 또 윤 교수는 보수가 '노블리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사회적 책임)'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을 위한 헌신과 희생, 솔선수범과 책임있는 자유추구 등이 보수의 핵심 덕목"이라며 "통합당은 해체에 준하는 근본적 재구성을 해야 하고, 지도부가 수도권 중심의 스마트한 젊은 세대로 인적 쇄신을 해야하며, 이념공세 대신 실용적 정책정당임을 증명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통합당이 시대정신을 읽지 못했다며 '보수우파'가 아닌 '진보우파'의 길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진보가 지향하는 가치는 무조건 반대만 할게 아니라 포용할 줄 아는 시대정신의 전환이 필요하다. 서민의 가치를 진보의 전유물로 둬선 안 된다"며 "영남ㆍ강남ㆍ부자정당 이미지를 버리고, 확실한 세대교체를 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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