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악화에 지지율 하락, 개헌 국민투표 무기한 연기
러시아와 중동 등 전세계 산유국, 유가 급락에 역성장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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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헌법개정을 통해 종신집권을 꿈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의 계획이 점차 멀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개헌 국민투표가 연기된 데 이어 국제유가 급락으로 경제가 역성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푸틴 대통령 지지율도 하락하고 있다. 전염병과 경제악화라는 겹악재를 맞이한 셈이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러시아는 이날 예정됐던 개헌 국민투표를 결국 치르지 못했다. 이번 개헌 국민투표는 대통령직 수행횟수를 없애는 조항이 들어가 있어 관심을 모은 상태다. 현행 헌법에서는 대통령직 연임이 3회로 제한돼 푸틴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는 출마할 수 없다. 그는 이번 개헌을 종신집권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었다.
러시아 당국은 코로나19로 선거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설명과 달리 경제악화에 따른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는다.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난 2월 69%를 기록했으나 지난달에는 63%로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경제복구를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러시아 경제악화는 저유가 쇼크 영향이 크다. 러시아는 석유수출에 대한 재정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다. 정부 재정수입의 43%는 여기서 나온다. 러시아 정부는 앞서 저유가 쇼크에 대비하기 위해 1700억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준비했으며 브렌트유 가격이 25달러선을 유지하면 장기간 재정이 안정될 것이라 자신했다. 하지만 브렌트유 가격은 전날 20달러선이 무너지며 19.33달러까지 밀려 예상보다 더 가파르게 하락했다.
러시아 정부는 브렌트유 가격이 5달러 하락할 때마다 약 400억달러 규모의 재정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준비해둔 국부펀드 자금의 절반을 올해 다 쓸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코로나19는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에 엄청난 경제적 위기를 불러오고 있으며 전례 없는 도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저유가에 따른 경제위기 우려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모든 산유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의 올해 성장률을 -5.5%로 전망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2.3%, 아랍에미리트(UAE) -3.5% 등 주요 산유국의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로 하향조정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재정균형을 맞추기 위해 국제유가가 76달러선을 유지해야 하지만 유가가 40달러선으로 하락한 지난해에만 이미 GDP 대비 약 23%의 재정적자가 발생했다. 올해 적자폭은 이보다 커질 전망이다. 사우디는 국가지출을 5%가량 줄이고, 재정부채 한도도 GDP의 30%에서 50%로 올릴 계획이다. 이 경우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가 추진하고 있는 정부 건설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지연되거나 중단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사우디는 앞서 재정확충을 위해 7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한다고 발표했으며 카타르와 UAE도 각각 100억달러, 70억달러의 국채를 발행했다.
그나마 정부의 자본조달도 어려운 다른 중동국가들은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재정악화로 공공부문 근로자들의 급여를 절반 이상 지불하기 어려울 것이라 밝혔고 알제리의 경우에는 외환보유고가 2017년 960억달러에서 내년에는 110억달러까지 급감할 전망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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