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나드 루니 BP CEO/사진=AFP |
세계 최대 에너지업체 중 한 곳인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2가지 '실존적 고민'에 부딪혔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원유 수요 급감, 기후변화이다.
2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BP는 이번주에 해양시추시설 '딥워터 호라이즌' 폭발 사건 10주년을 맞았다. 2010년 4월 멕시코만 앞바다의 '딥워터 호라이즌'이 폭발 및 대규모 석유유출사고를 낸 사건이다. 미국 영토내에서 일어난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로, 직원 11명이 사망했고 회사는 70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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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선언했지만 코로나로 역사적 저유가, 주가 40%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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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뒤인 지난 2월, BP는 EU의 녹색정책에 맞춰 오는 2050년까지 순 탄소 배출 제로(0),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석유 채굴을 통해 번 돈을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산업에 투자하겠다며, 기존 석유 생산시설 규모는 더이상 늘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탄소 중립이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를 흡수하는 대책을 통해 순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탄소 중립을 선언하면서 버나드 루니 BP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결코 잊을 수 없는, 힘든 교훈(10년전 사건)을 배웠다"면서 "우리는 새로운 10년간 이 교훈을 기억할 것이며, BP의 숙제는 전세계가 맞닥뜨린 기후변화"라고 말했다.
BP는 지난 10년간 메탄 유출을 감지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운영 안전성을 높여왔고,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석유유출사고는 2018년 124건에서 2019년 152건으로 줄었다.
올초 다국적 에너지기업들은 탄소배출을 줄이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한해를 시작했다. 투자자 요구, 기후변화 관련 시위도 이에 한몫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은 석유회사들에게 새롭고 전례없는 도전을 안겼고, 원유 수요가 역대 최저로 급감하면서 유가 대폭락을 겪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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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메이저, 청정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 늦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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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에 따르면 오일메이저들은 유가 폭락으로 인해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속도를 늦추게 됐다. 유가가 싸면 청정 그린에너지가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다는 설명이다.
런던대 도시공학 교수인 바비 바네지는 "오일메이저들의 기본 비즈니스모델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그들은 대부분의 돈을 가스와 석유에 투자한다. 왜냐하면 향후 50년에서 70년 사이에 석유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BP에게 에너지 전환은 석유에서 가스로 옮겨가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바네지 교수는 "그들이 화석 연료로 얻는 수익은 재생 에너지로 얻는 수익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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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만 450억달러…기후변화 대응 투자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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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벨의 루스 몰드 투자디렉터는 "BP가 딥워터 사건 이후 자산 일부를 처분하고 장기적으로 저유가 시대에 대비해왔다"면서 "원가부담을 낮추고 보다 자생력있는 회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진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말 기준 BP의 부채는 450억달러(55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저유가로 매출이 계속 떨어질 경우 위험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루니 CEO는 연초 대비 40%나 급락한 주가 상황, 역대급 초저유가 속에서도 청정에너지로 전환을 준비해야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그는 오는 9월 탄소중립 목표치에 얼마만큼 도달했는지에 대해 말하겠다고 약속했고, 아직 검증되지 않은 탄소포획 기술과 재생에너지로도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황시영 기자 appl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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