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물 WTI 11.57달러, 21년 만에 최저가
6월물 브렌트유, 19.33달러, 18년래 최저
"원유 수요 감소, 공급보다 2~3배 빨라"
"전 세계 저장시설 부족에 투자자 굴복"
텍사스산 원유 감산 없다는 소식도 타격
21일 미국 디트로이트시에 있는 한 정유공장 내 석유 저장시설. 코로나19로 원유 수요가 줄면서 전 세계 원유 저장시설이 꽉 차면서 국제유가가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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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또 속절없이 무너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수요가 급감했는데도 공급은 여전히 많고, 남아도는 원유를 저장할 공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1.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 자릿수 가격을 겨우 면했다. 1999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은 종가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전날 배럴당 20.43달러에서 43.4%(8.86달러) 떨어졌다. 장중 한때 6.50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전날 5월 인도분 WTI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 6월 인도분은 20달러대를 유지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하루 만에 빗나갔다. 7월 인도분 WTI는 26달러에서 18달러로 밀려났다.
다른 국제유가 지표인 브렌트유도 이날 배럴당 20달러 선이 무너졌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24% 내린 배럴당 19.33달러에 거래됐다. 2002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낮았다.
전날 벌어진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5월물 WTI 선물 계약 만기일(21일)에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고 우려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월별로 인도하는 원유 선물 거래 방식의 특수성이 마이너스 유가를 초래했지만, 이제는 다른 유가 시장 마저 내려앉았다"고 전했다. 전날 '-37달러'를 기록한 5월 인도분 WTI는 만기일인 이날 10.01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유가 하락 폭이 커진 이유는 미국 내 최대 원유 생산지인 텍사스주 당국이 생산업체에 감산을 강제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원유·가스 등 에너지 생산을 규제하는 텍사스 레일로드 커미션(TRC)은 생산량의 20% 감축을 요구하는 내부 의견도 있었지만 이를 위해선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감산 결정을 유보했다. TRC는 1970년대 초반 이후 원유 생산을 규제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은 5월 1일부터 원유 생산을 하루 97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지만, 감산 규모가 너무 작고 합의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에너지 컨설턴트인 밥 맥날리는 WSJ에 "수요가 공급보다 2~3배 빠르게 수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은 줄지 않는데 원유 저장공간은 점점 줄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WSJ은 글로벌 원유 저장업체 대표를 인용해 "투자자들이 저장 공간 부족에 굴복하고 있다"면서 "돌아가는 상황이 잔혹하다"고 전했다.
원유시장이 흔들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금 지원 카드를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원유 및 가스 생산업체를 돕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을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 비축유 구매 자금으로 30억 달러를 의회에 요청했지만, 의회는 승인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전날 백악관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도 "7500만 배럴의 원유를 구매해 전략 비축유를 보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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