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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단독] 라임 판매사, 마이크 꺼진줄 알고 '실언'… 직원들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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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 펀드를 많이 판매한 한 시중은행이 진정성 없는 사후 대처로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 영업 직원들을 상대로 개최한 라임 펀드 설명회가 ‘알맹이 없는’ 겉치레일 뿐이라는 점을 한 직원이 실수로 밝히면서다. 해당 은행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선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언제 고소당할지 몰라 피가 말리는 상황인데, 본부는 그저 시간만 끌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 시중은행 자산관리그룹은 지난 8일 전국 프라이빗뱅커(PB)와 준자산가 고객을 관리하는 파이낸셜 어드바이저(FA) 등 직원 600여명을 상대로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실사 관련 화상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자산관리그룹 본부 직원들과 법무법인 화우의 변호사가 참석했다.

문제의 발언은 화상 설명회가 끝나갈 무렵 나왔다. 자산관리그룹 본부의 A직원이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어차피 오늘 화상 설명회 내용 중에 직원들이 알고 싶어하는 내용은 없다"고 말한 것이다. 해당 은행 직원은 "알맹이 없는 설명회를 한 것도 문제지만, 그 말을 웃으면서 했다는 점도 문제"라며 "누가 들어도 이 설명회를 듣는 직원들을 조롱하는 말투였다"고 했다. 이후 다른 직원이 마이크가 켜져있는 것을 발견하고 황급히 종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실시간으로 지켜본 전국 직원들은 각종 소통 채널을 통해 이같은 소식을 전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내부 익명 게시판인 ‘우리들의 생각 나눔터(우생터)’에 글을 올린 한 직원은 "지금 영업점 직원들이 얼마나 피가 마르는지 알면서도 그렇게 웃으면서 (말)할 수 있냐"면서 "자산관리그룹 직원들이 얼마나 판매 직원들을 바보로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있었던 연수였다"고 했다. 익명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도 "본점은 정말 아무도 관심이 없나보다"며 "은행 직원인게 부끄럽고 원통하고 눈물만 흐른다"는 댓글이 달렸다.

이 은행은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로 한 차례 타격을 입은 가운데, 라임 펀드 사태까지 겹쳐 고객을 상대하는 영업 일선 직원들의 사기는 크게 저하된 상태다. 이 은행의 라임 펀드 관련 계좌 수는 1640개, 판매 금액은 3577억원에 달해 단일 금융회사로는 가장 많이 팔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은행 본부가 라임 펀드 사태를 대하는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이 은행 내부의 평가다. 한 직원은 "라임 펀드 사태가 터졌을 때부터 본부가 선(先)배분을 추진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이는 희망고문이었을 뿐 결국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블라인드를 보면 본부가 시간끌기만 하고 있다는 반응 뿐"이라고 말했다. 고객들을 직접 만나며 민원을 듣는 영업점 직원들과 달리, 상품 판매를 결정한 본부 직원들은 책임질 일이 없어 위기감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사건을 대하는 은행 측의 태도 역시 직원들의 분노를 샀다. 은행이 직접 관리하는 내부 게시판의 글은 불과 10분 만에 삭제됐고, 블라인드에 올라온 관련 글들 역시 하루 만에 사라졌다. 블라인드 글이 삭제되려면 다수의 신고가 접수돼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 자산관리그룹 직원들은 다른 부서에 해당 글을 신고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커지자 자산관리그룹은 진상 조사에 착수했고, 이는 임원진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 관계자는 "조사 결과 ‘발표 내용 자체가 직원들에게 와닿는 내용이 아니라 (발표자가) 힘들었겠다’는 말이었는데, 와전되면서 직원들이 다소 오해한 듯 하다"며 "큰 문제는 없는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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