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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어제는 마이너스 오늘은 반토막…국제유가 바닥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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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유가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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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또 다시 폭락했다. 상대적으로 선전하던 북해산 브렌트유까지 30% 이상 폭락하며 배럴당 20달러선을 내줬다.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를 연출했던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5월물은 플러스(+)로 반등했지만 6월물은 40% 넘게 급락하며 거의 반토막이 났다.


사상 초유 '마이너스' 5월물 WTI, 플러스로 반등

21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6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배럴당 17.51달러로, 전일 종가 대비 32%나 떨어졌다. 2001년 이후 약 19년만에 최저치다.

최근 브렌트유는 저장공간 부족 탓에 사상 최악의 가격 폭락을 경험한 WTI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가격 하락폭이 적었다. 내륙 유종인 WTI와 달리 해상 유전에서 나오는 브렌트유는 유조선에 기름을 실은 채 바다에 띄워둘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장공간 부족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날 브렌트유 가격이 폭락한 것은 글로벌 석유 수요가 그만큼 부진하다는 방증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6월 인도분은 43% 폭락한 배럴당 11.5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60% 이상 곤두박질치며 7달러 아래까지 밀리기도 했다.

전날 배럴당 마이너스(-) 37.63달러로 마감한 WTI 5월 인도분은 이날도 장초반 마이너스권에 머물다 장후반 반등에 성공하며 배럴당 10.01달러로 폐장했다. 5월 인도분은 이날로 거래가 만료됐다.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글로벌 석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최근 국제유가는 폭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날 5월 인도분 WTI 가격의 마이너스권 폭락은 석유 판매량이 줄어 원유 저장 공간이 가득 찬 가운데 선물 계약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원유 등 상품에 대한 선물 계약의 경우 만기가 지나면 실물을 인수해야 한다. 5월 인도분 WTI의 경우 만기일이 21일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전국에 이동제한령이 내려지면서 미국의 휘발유 및 항공유 수요가 급전직하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원유 생산은 계속 이뤄지면서 WTI가 생산되는 서부 내륙지역의 원유 저장창고가 사실상 포화 상태가 됐다.

미국 EIA(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량은 전주 대비 1925만배럴 늘었다. 당초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한 1100만배럴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결국 당분간 원유 실물을 받아도 저장할 장소가 없다고 판단한 WTI 선물 구매자들이 5월 인도분을 팔고 6월 인도분으로 갈아타는 '롤오버'에 대거 나서면서 5월 인도분 가격의 마이너스 폭락 사태가 빚어졌다는 분석이다.

미국 경제방송 CNBC의 간판 앵커인 투자전문가 짐 크레이머는 "말 그대로 더 이상 기름을 사서 놔둘 곳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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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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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석유산업 지원금 마련 지시"…유가 띄우기 안간힘

주요 산유국들의 미흡한 감산 합의도 유가 폭락에 한몫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러시아 등 10개 비OPEC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는 지난 12일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5월부터 6월까지 두 달 간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세계적 석유 수요 감소량 추정치인 하루 약 2000만 배럴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채굴비용이 높은 미국 셰일석유 업체들의 줄도산 사태를 막기 위해 석유산업 지원 방안 마련을 지시하고 전략비축유 추가 구매를 언급했지만 유가 급락을 막진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위대한 석유·가스 산업을 절대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에너지장관과 재무장관에게 이 중요한 회사들과 일자리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자금 마련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TF(태스크포스) 기자회견에서 "(유가를 떠받치기 위해) 전략비축유를 추가 구매할 것"이라며 "7500만 배럴을 사들이는 걸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원유를 사들이기 아주 좋은 시기"라며 "의회가 이를 승인하길 바란다"고 했다.

미국 남부 멕시코만 연안 등에 위치한 전략비축유 저장고의 용량은 약 7억7500만 배럴에 달한다. 전략비축유는 전시 또는 자연재해 등 유사시 사용하기 위해 저장해둔 원유를 말한다.

뉴욕=이상배 특파원 ppark14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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