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난항을 겪는 사실이 분명해지면서 청와대도 곤혹스럽다. 한미가 기존보다 13% 가량 인상하는 안에 접근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거부한 게 드러났다.
방위비 협상은 끝내 장기화 수순에 드는 모양새다. 남북미 삼각관계 등 한미간 중첩된 현안을 조심스럽게 다뤄온 청와대도 다음 스텝을 고민한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국이 제시한 제안을 거절했다면서 한국이 더 많이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방위비와 관련해 어느 정도의 액수를 제시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2020.04.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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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상(SMA) 관련, 자신이 거절(reject)했다고 말한 데 대해 21일 "협상이 계속 진행중인 사안 아니겠느냐"며 "그 이상은 밝힐 게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 중 "우리는 한국에 우리가 지출하는 방위비를 많이 분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이 어느 정도의 돈을 제안했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달 초 청와대 안팎에선 사실상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최종사인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미국을 다녀온 정은보 협상대사의 자가격리가 끝나면 발표가 있지 않겠냐는 예상도 빗나갔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지난 9일 상임위 회의에서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상황을 점검하고, 한미 간 협의를 계속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협상이 끝나지 않았음을 에둘러 밝힌 셈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방위비 인상안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시인했다. 미국 정부의 기류도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에 맞춰졌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 14일 '한국은 부자나라'라는 시각을 다시 강조했다.
청와대는 보다 긴 호흡으로 방위비 협상에 임한다는 기류다. 즉각 협상재개를 요청하진 않을 걸로 보인다. 이제와서 서두르면 국익을 보장할 수 없다.
특히 미국이 지난해 9월 11차 SMA 협상개시부터 "한국은 더많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고 말해온 것에 주목한다. 한국의 동맹기여, 특히 미국민 안전에 한국이 기여한다는 점을 이전보다 더욱 강조하는 설득전을 준비하면서 협상논리를 가다듬을 태세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맞아 한미 공조 필요성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진단키트, 마스크 등 생명보건 관련 협력이 어느 때보다 강조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국산 진단키트를 요청했다.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4.18. 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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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이 제기되면서 한미 정보공유와 협조 필요성은 다시 확인됐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중설' 보도 관련 "한미 간에는 긴밀한 소통은 항상 유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협상을 조기에 재개하려면 정상간 '톱다운' 결단밖에 방법이 없단 관측도 있다. 그러나 두 차례 정상통화를 했음에도 '코로나는 코로나, 방위비는 방위비'라는 게 미국 기조였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의 두 차례 통화 모두 방위비 논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특히 18일 밤 통화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에 관해서는 ‘방’ 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총선 결과를 문 대통령에게 축하하는 전화였다고 말했다.
이런 종류의 정상통화에 안보 관련 참모들이 배석, 보좌하는 관례를 보면 정상간 직접 대화가 아니라도 핵심인사들간 조율은 했을 걸로 보인다. 그럼에도 양국이 이견을 좁히진 못했다.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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