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제자리찾기, "보훈처, 현충문 현판 철거해야"
지난해 8월 CBS 보도로 전두환 친필 현판 알려져
보훈처 국회 지적에도 수개월째 "검토 중" 일관
2004년 경찰청 전두환 친필 철거 전례도 있어
국립대전현충원 현충문 전경. (사진=문화재제자리찾기 제공) |
지난해 8월 CBS노컷뉴스 보도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직접 쓴 친필 현판이 30년 넘도록 국립대전현충원 현충문에 걸려있는 사실이 알려진 지 8개월 만에 국가보훈처가 현판 교체 여부를 공식 발표한다.
최근 시민단체가 보훈처를 상대로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진행하고,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보훈처가 늦게나마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보훈처 "철거 검토절차 모두 마무리" 시민단체 "전두환 현판 철거해야" 감사청구
22일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현판 철거와 관련한 모든 전문가 의견 청취와 법적 자문 등 절차를 마무리했다"며 "조만간 결정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CBS노컷뉴스가 국립대전현충원 현충문에 전씨의 친필 현판이 30년 넘게 걸려있었다는 사실을 보도한 지 약 8개월 만에 정부가 관련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해당 문제를 처음 제기한 곳은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다. 이 단체는 지난 20일 "보훈처가 현판 교체 요청을 한 지 8개월이 지났는데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감사원에 '국립대전현충원의 전두환 현판에 관한 공익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단체는 청구서에서 "전두환은 내란죄 및 반란죄 수괴 혐의로 1심에서 사형,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대통령에 관한 예우가 박탈됐다. 이런 인물의 글씨를 현충문 현판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단체는 지난해 8월 현판을 교체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하고 국무총리실 진정도 진행했다. 당시 국가보훈처는 "현판 역사성과 국민 정서, 사회적 공감대, 유사 사례 등을 고려해 교체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사진=자료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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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친필 현판', 지난해 8월 CBS노컷뉴스 보도로 알려져
대전현충원 중앙에 있는 현충문 현판은 지난 1985년 전씨가 직접 쓰고 기증한 글씨다. 전시는 1985년 11월 현충원 준공 당시 글씨를 써서 내려보냈고, 이후 목제 간판으로 제작돼 현충문 중앙에 걸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CBS노컷뉴스 보도 이전까지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내부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보훈처와 현충원 관계자들은 현충문 현판이 전씨 친필이라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이를 오랫동안 묵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판 외에 참배객들이 찾는 현충탑 앞 헌시비에도 전씨가 친필로 옮긴 시가 새겨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전두환의 현충문 친필 현판이 중심 의제로 다뤄지기도 했다.
◇2004년 경찰청 전두환 친필 철거 전례도…5월 단체 반발 움직임
전씨의 친필 구조물 철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씨는 지난 1986년 경찰 조직의 심장부인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로비에 '호국경찰'이라는 친필 글씨를 벽에 새기고 경찰의 날을 맞아 직접 제막식에 참여했다.
이후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이 친필 구조물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일었다. 당시 최기문 경찰청장은 그해 5월 "역사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파렴치범이라는 비난을 받는 사람 글씨를 그대로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경찰청 로비에서 전씨 글씨를 철거했다.
현판 등 구조물 철거에 있어 보훈처나 대전현충원 등 관계 기관 수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례다.
문화재제자리찾기 구진영 연구원은 "다음달 광주 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보훈처가 지난 과오를 하루라도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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