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 알코올 성분에 경고음
가스누출 감지기와 비슷
씹던 껌·방향제에도 감지 울려
90분 단속에 반응 차량 4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광주=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음주운전 단속 중입니다. 마스크 내려 주시고요, 불지 않으셔도 됩니다."
20일 오후 11시께 경기 광주시 역동삼거리. 50대 남성이 몰던 하얀색 차량 창문에 음주 감지기를 넣은 경찰관들이 분주해졌다. 경찰관은 운전자를 경찰 차량으로 이동시키고 음주 측정기를 불게 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071%, 면허정지에 해당한다. 운전자는 "식사 자리에서 간단히 맥주 2잔을 마셨는데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왔다"고 항의했지만, 무면허 운전인 데다 벌금 수배령까지 내려져 있던 인물이라 곧장 경찰서로 인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뜸했던 음주운전 단속이 재개된 이날, 경찰은 운전자가 호흡을 내뿜지 않고도 음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비접촉 음주감지기'를 현장에 적용했다. 경기 광주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개발한 이 감지기는 흡사 '셀카봉'처럼 생겼고,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면 차량 내부로 들이밀어 공기 중 알코올 분자를 감지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가스누출 감지기와 비슷한 원리다. 음주 측정을 하는 경찰관과 운전자 간 접촉을 최소화 하기 위한 것이다. 차 안에 알코올 성분이 있으면 감지기에 붉은 램프가 켜지면서 '삐~'하는 경고음이 5초 동안 울린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오후 10시12분쯤 음주 감지기에서 경고음이 들려왔다. 경찰관 안내에 따라 차에서 내린 김모(34)씨는 있는 힘껏 음주 측정기를 불었지만, 이번엔 알코올 농도가 올라가지 않았다. 김씨가 씹고 있던 껌이 문제였다. 껌에서 나온 향을 음주 감지기가 알코올로 인식해 반응했던 것이다. 김씨는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음주 감지기가 반응해 좀 놀랐다"면서 "감지기가 너무 민감한 것 같은데 음주운전 적발에는 더 좋은 것 아니냐"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시간 뒤 20대 여성이 몰던 차에서도 감지기가 반응을 보였다. 운전자에게선 취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에도 혈중알코올농도는 0.00%. 이번에는 차량 내부에 뿌린 방향제가 원인이었다. 음주단속 현장을 목격한 30대 남성이 샛길로 도주하려다 붙잡히기도 했는데 음주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018%로 측정돼 훈방조치됐다. 이 남성은 "오후 2시에 맥주 한 잔을 마셨다"고 했다. 고민식 광주경찰서 경비교통과장은 "시범 운영 기간 동안 가장 적절한 민감도와 측정 방식 등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음주단속이 이뤄진 1시간30분 동안 단속 지점을 통과한 300여대 차량 중 4대에서 감지기가 반응했고 이 중 운전자 한 명의 혈중알코올농도가 기준치를 넘었다. 경찰청이 음주운전 단속을 중단한 지난 1월28일 이후 두달간 음주사고 및 사망자는 전년대비 각각 24.4%(3296건→4101건)와 6.8%(74명→79명) 증가했다. 경찰청은 이번 한 주간 비접촉 감지기 시범운영을 한 뒤 결과를 분석ㆍ보완해 전국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