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달 26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싱가포르 개학'이 등장했습니다.
4월 6일로 예정한 초중고 개학을 앞두고 방역 당국이 '싱가포르 개학'을 참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인데요.
이후 4월 9일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된 초중고 온라인 개학. 정부는 이달 16일에도 거듭 싱가포르 사례를 거론하며 등교 개학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싱가포르는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다가 개학과 일상 복귀 후 1개월간 확진자가 14배 증가했다."(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꼽힌 인구 585만 명의 싱가포르. 감염병의 대유행으로 세계 각국이 휴교령·개학 연기 조치를 한 가운데 싱가포르 교육부는 지난달 23일 예정대로 개학을 진행했습니다.
개학 하루 전, 옹 예 쿵 싱가포르 교육부 장관은 SNS에 "성인보다 어린이가 코로나19에 덜 감염된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말했는데요.
또 학교 안이 더 안전하며,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해서라도 개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는 학교 내 감염 가능성을 걱정하며 개학을 반대했는데요.
우려 속 강행한 개학. 싱가포르 교육 당국은 교문 앞 문진과 발열 체크, 해외 방문 이력 확인, 시험 대형 수업 등의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이에 개학 당일 등교하지 않은 학생은 10% 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개학 이틀 후. 한 유치원에서 약 20명이 집단 감염되자 싱가포르 교육부는 4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 재택수업으로 선회했는데요. 이후 누적 확진자가 1천명을 넘으며 빠르게 늘자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3일 재택수업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그러자 섣부른 개학과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가 코로나19 재확산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방심과 안일한 대응이 감염의 불씨가 되면서 '방역 모범국'이란 위상도 무색해졌는데요.
그간 싱가포르는 코로나19 발원지 중국과 밀접하게 교류하면서도 신속한 대응으로 감염병 확산을 저지해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20일 기준 누적 확진자 수는 8천명을 넘었으며 동남아시아 11개국 중 최다 국가가 됐습니다.
밀집한 이주노동자 기숙사에서 집단 감염자가 속출한 탓도 있지만, 개학 등 빠른 일상 복귀가 화근이 됐다는 지적이 계속됐습니다.
우리 정부도 최근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릿수까지 줄자 지난 19일까지 진행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완화한 정책을 내놓았는데요.
5월 5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는 계속하되 종교·유흥·실내체육시설·학원 등 4대 집단 시설에 대한 '운영 중단' 권고를 '운영 제한' 권고로 조정했습니다.
그러나 초중고 등교 개학은 5월 6일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될 경우, 그 이후에나 순차적으로 가능할 것이란 게 중론입니다. 정부도 아이들 안전이 최우선이며 방심할 경우 싱가포르 같은 재확산을 초래할 수 있어 보수적인 자세로 접근한다는 입장입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6일 중대본 회의에서 "싱가포르는 등교 개학 후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학교가 감염 확산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자 불과 2주 만에 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며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병율 차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등교 개학은) 지역 사회 확진 환자 수 양상을 파악해 결정하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다"며 "그러나 개학을 하더라도 학생들의 밀접 접촉을 통해 확진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어 반드시 교육 당국의 철저한 관리를 전제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0일 초등학교 1~3학년까지 모든 초중고 학생들이 온라인 개학을 마쳤습니다.
이제 학부모와 학생의 관심이 쏠린 것은 등교 개학.
싱가포르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등교 시기는 물론 학년별 순차 개학 등 방법 면에서도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은정 기자 이예린 인턴기자 / 내레이션 김정후 인턴기자
mim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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