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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국제유가 초유의 마이너스 사태···이제 웃돈 얹어 기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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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5월물 -37.63달러, 사상 첫 '마이너스'

코로나19로 수요 급감, 저장할 곳 없어

봉쇄 해제 기대, 6월물 가격은 20달러선

"4월 수요 감소, OPEC 감산 규모의 3배"

중앙일보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 5월 인도분 가격이 20일(현지시간) -37.63달러로 떨어졌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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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을 거듭하던 국제유가가 결국엔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원유 생산업체가 웃돈을 얹어주며 원유를 판매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제유가 선물거래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가 멈춰 서다시피 하면서 원유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 때 -40.32달러까지 내려갔다. 전 거래일인 17일 종가 18.27달러에서 55.90 달러(305%) 급락했다.

마이너스 유가는 코로나19로 세계 원유 수요가 얼마나 쪼그라들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자택 대기 명령을 내리면서 항공과 자동차 이동이 줄고 공장 가동 중단으로 원유 수요가 확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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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유가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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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감소는 저장 능력 부족으로 이어졌다. 생산된 원유가 정유공장과 저장고, 바다 위 유조선까지 꽉 차서 더는 미국 내 저장 공간을 찾을 수 없을 정도라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5월 인도분은 미국의 봉쇄 조치가 풀리기 전에 공급되는 물량이어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 1일 경제 활동 재개를 희망했지만,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주요 주지사들은 코로나19가 확실히 통제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자택 대기 명령을 연장했다.

상품선물 계약은 만기가 지나면 실물을 인수해야 한다. 원유를 인도받으면 저장할 곳이 없으니 WTI 5월 인도분 선물계약 만기일(21일)을 하루 앞두고 투자자들이 6월물 계약으로 갈아타는 '롤오버'를 선택하면서 마이너스 유가가 나타났다.

'마이너스 국제유가'는 코로나19로 수요가 실종된 영향이 크지만, 선물거래 만기일을 하루 앞두고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면서 장부상의 마이너스가 만들어졌다고 CNBC가 전했다.

당장 6월 인도분 WTI는 20.43달러, 7월 인도분은 26.18에 거래됐다. 10월 인도분은 32달러, 11월 인도분은 33달러 선이다. 미국산 원유 수요가 올해 하반기에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CNBC는 "5월물보다 거래량이 많은 6월과 7월물 가격이 원유 시세를 더 정확히 반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유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를 인용해 "정유사들은 원유 인도를 거부하고 있고, 미국 내 저장 능력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면서 "유가가 바닥을 치거나 코로나19가 사라져야 해결될 텐데, 유가가 먼저 바닥을 칠 가능성이 더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이달 초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이 합의한 감산 규모가 수요 감소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이달 초 OEPC과 비회원 산유국들은 5월 1일부터 원유 생산을 하루 970만 배럴 줄이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4월 원유 수요가 감산 물량의 3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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