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회동 무산…통합, '전국민 지급·국채 발행' 반대
정부 '소득 하위 70%' 원안 고수…홍남기 "70% 지급 유지되게 국회 설득"
여, 정부 설득+야당 압박 전략…전국민 지급하되 지급액 축소 가능성도
의원들과 인사하는 이해찬 대표 |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조민정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긴급재난지원금 예산을 담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를 둘러싼 국회 논의가 초반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민주당은 긴급재난지원금의 '전국민 지급'이 총선 때 여야의 공약이었다며 '5월 초 지급'을 목표로 미래통합당의 협력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당은 '지도부 공백'으로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데다, 전국민 지급에는 사실상 반대 입장으로 돌아선 상황이어서 이달 내 처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소득 하위 70%' 지급을 고수하면서 '여야 합의'가 선행된 후에야 증액 동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재난 지원금의 향방은 결국 국회 논의 과정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 민생당 장정숙 원내대표는 20일 오후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2차 추경안 심사 일정과 재난지원금 지급 규모 및 범위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취소됐다.
민주당 윤후덕 원내수석부대표는 통화에서 회동 무산 이유에 대해 "통합당에서 지도체제 문제에 대해 결론이 나지 않아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양당은 예산결산위원회 양당 간사 간 접촉을 통해 추후 예결위 전체회의 일정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윤 수석부대표가 전했다.
앞서 소득 하위 70% 지급을 기준으로 편성한 7조6천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제출한 정부는 이날 추경안 시정연설에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시정연설에서 지급 대상에 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것에 대해 "지원대상 간 형평성과 한정된 재원 등을 고려해 일부 고소득층을 지급 대상에서 불가피하게 제외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2차 추경안에 대한 국회 심사 과정에서 3조∼4조원을 증액해 전국민 확대 지급을 관철하겠다는 방침이다. 추가 재원 조달 방식으로는 국채 발행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처럼 지급 대상을 놓고 당정 간 이견이 유지되고 있지만 민주당은 '전국민 지급'을 위한 추경안 증액에 여야 합의가 이뤄지면 정부도 결국 이를 수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4월 안에 추경안을 처리해야 한다며 통합당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상임위 및 예산결산위 심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하고 5월 초에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사실 지원금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는 이미 이뤄졌다. 여야가 함께 국민 모두에게 빨리 지급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선거 때 한 약속을 실천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당 정책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부가 이미 전액 세출 조정으로 재원을 짜서 추경안을 제출했는데 추가로 세출을 조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추가 재원은 국채 발행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굳은 표정의 통합당 지도부 |
통합당은 추경안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지만, '국채 발행을 통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라는 민주당안에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나타냈다.
통합당 정책위의장이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재원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소득 상위 30%를 위해 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소비여력이 있는 소득 상위 30%까지 지원금을 주는 것은 소비진작 효과도 없고 경제 활력을 살리는 데도 큰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통합당은 여야가 추경안에 합의하려면 지원 대상에 대한 정부·여당 간 의견 일치, 세출 항목 조정을 통한 추가 재원 확보 등이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총선 기간 황교안 전 대표가 '전국민 지급'을 주장했던 만큼 자칫 국채 발행 등에 대한 문제 의식이 '정부·여당 발목잡기'로 비칠 가능성을 우려해 추경 논의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황 전 대표 사퇴로 '지도부 공백' 상황이 되면서 통합당 내 의견이 조율되지 않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여당의 입장에 우리 야당도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본다"며 김재원 의원과 다소 다른 결의 발언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기준 70%'에 대해 "국회에서 이 기준이 유지될 수 있도록 최대한 설명, 설득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하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당정 이견 속 여야 합의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되 지급액을 축소해 재정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여야 간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급액을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에서 80만원으로 낮추거나, 소득 상위 30%에 대해선 지급액을 줄이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김성환 민주당 당 대표 비서실장은 페이스북에서 "고소득층 지원과 재정의 과다함이 문제라면 소득 여력이 있는 층은 지원금 기부 캠페인이나 적극 소비 독려를 통해 환류케 하고, 재정은 정히 어려움이 있으면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80만원으로 낮추면 될 듯"이라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내에서 아이디어 중 하나로 이야기가 나오는 건데 아직 협의한 건 없다"며 "여야 간 먼저 논의해봐야 한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yumi@yna.co.kr,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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