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시간 시작된다?
OPEC이라는 거대 카르텔이 나섰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수요부족에는 전혀 위력을 보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나아가 채산성이 낮은 미 셰일가스 업계는 말 그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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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텔의 종말?
OPEC+ 회의를 통해 사우디라아비아 및 러시아, 비회원 산유국들이 전격 감산을 결정했으나 떨어지는 국제유가를 떠받치기는 역부족이다. 당장 감산의 규모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 여파를 상쇄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2분기 하루 3000만 배럴의 원유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OPEC+에서 합의된 물량으로는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을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각 국의 석유 재고가 이미 가득한 상태에서 감산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불안요소다. 실제로 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WTI 선물의 실물 인수장소인 오클라호마 쿠싱은 현재 70%의 저장량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달러를 풀어 원유를 사들이는 미국의 전략비축유 카드도 국제유가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15달러까지 밀리자 시장에서는 OPEC 회의론도 거세지고 있다. 1960년 원유가격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이라크 정부의 초청으로 개최된 바그다드회의에서 출범한 OPEC은, 지금까지 국제 원유시장을 좌우하던 견고한 카르텔로 활동했으나 이제는 그 주도권을 상실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OPEC의 방식, 즉 공급을 조절해 시장을 좌우하는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OPEC은 국제유가를 떠받치기 위해 종종 감산을, 반대의 경우에는 증산을 통해 국제원유 시장을 좌우했으나 코로나19와 같은 돌발변수에서는 도통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 새삼 증명됐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경우 지난달 러시아와의 감산 협상이 결렬된 후 돌연 증산을 선언하며 치킨게임을 벌이는 등 여전히 공급을 통한 시장 장악 의지를 보였으나, 이내 증산 치킨게임을 포기하고 빠르게 감산에 나서기도 했다. 시장의 판을 좌우하기 위해서는 국제유가 하락도 불사하며 판을 뒤집었던 사우디였으나 코로나19로 인한 돌발충격 앞에서는 ‘고집’을 피울 시간도 아까워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공급 조절을 통해 국제유가 시장을 좌우하려는 OPEC의 한계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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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셰일가스 ‘비명’
한 때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협의 불발 원인이기도 했던 미국의 셰일가스 업계는 현재 기록적인 저유가 기조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셰일가스는 한 때 에너지 혁명으로 불리며 높은 인기를 구가했으나 환경오염 문제가 크고 운반 비용이 높은데다 채산성이 낮아 배럴당 30달러가 무너지면 위협을 받는다. 이런 가운데 국제유가가 한 때 배럴당 15달러까지 밀리며 셰일가스 업계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미국이 저유가 현상을 타파하고자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협상을 촉구하는 한편, 감산에 불만을 가진 멕시코의 할당 물량을 일부 부담하는 이유도 자국의 셰일가스 업계를 살리기 위함이다. 특히 금융회사들이 셰일가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한편 많은 일자리가 걸린 가운데 셰일가스 업계가 무너지면 당장 금융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미 트럼프 행정부가 15일 자국 셰일가스 업체를 구제하기 위해 채굴을 중단한 업체를 대상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추진한 배경이다. 채굴과 동시에 적자가 발생하는 구조속에서 일단 생산 자체를 막아 최소한의 피해를 막으려는 행보다. 셰일가스 업체인 파이팅페트롤리가 이미 파산을 선언한 상태에서 셰일가스 경쟁력을 어떻게든 지키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셰일가스 업계에 지원을 한 금융사들이 아예 셰일가스 업체의 경영에 나서려는 움직임까지 포착된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본격적인 국제유가 하락이 시작되기 전부터 셰일가스 업계의 경영이 이미 부실했다는 대목이다. 실제로 2018년 셰일가스 업체들의 수익성에 의문부호가 달리자 일부 투자자들이 현금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를 요구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2017년 24개의 셰일가스 업체가 파산했으며 지난해에는 무려 42개의 셰일가스 업체가 무너지며 위기감이 고조됐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저유가 쇼크로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는 소위 생사의 기로에 선 분위기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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