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6주기…유가족 동행취재
[앵커]
세월호가 침몰한 지 6년이 지났습니다. 누군가에겐 감정의 모서리가 무뎌져 '아직도'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시간은 여전히 녹슨 세월호 언저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오늘(18일) 오픈마이크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왔습니다.
[기자]
어두운 새벽, 돌아오지 못한 학생들의 고향 안산시 단원에 관광버스 세 대가 부모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학여행을 떠났던 그날의 아이들마냥 부모들은 버스를 타고 바다로 갑니다.
엄마는 목에 딸 이름표를 걸었습니다.
[김인숙/고 정다혜 양 어머니 : 갈 때는 항상 달고 가요. 다혜, 정다혜 이름표 목에 메고 가요. 어떻게 또 봐야. 바다를 갈지 어제도 못 잤어요.]
아침 식사 자리에서도 아픔은 새어 나옵니다.
[송은진/고 조성원 군 어머니 : 워낙 성원이가 먹성이 좋아서. 안 들어가요. 먹으려면…]
밤새 바다를 향해 달려와 놓고도, 바다를 보자마자 무너져 내립니다.
[김정화/고 김빛나라 양 어머니 : 바다 딱 보니까 좋아했을 아이 생각에. 이렇게 큰 배가 사고 해역까지 갈 수 있는 이런 배도 있는데 가지 않았다는 거.]
일하는 엄마를 둬 일찍 어른이 돼야 했던 딸, 그리고 딸보다 다정했던 아들이 그립습니다.
[김정화/고 김빛나라 양 어머니 :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밥해가지고 김치찌개 끓이고 엄마는 설거지 대충대충하는데 애는 철 수세미로…철 수세미 딱 보면 빛나라 생각이 나요.]
[김미옥/고 이호진 군 어머니 : 아들이 진짜 살가웠어요. 뭐가 하나씩 나면 그걸 다 짜주고. 김치부침개를 되게 좋아했어요. 아기가. 비가 오면 전화해서 '엄마' 이덕화 목소리로 '김치부침개 부탁해요' 이렇게 해요.]
추모 뱃고동과 그리운 아이들 이름이 바다에 울려 퍼집니다.
[송은진/고 조성원 군 어머니 : 성원아! 조성원! 엄마 왔다. 내새끼.]
물에 젖은 가방 안에 있던 딸이 먹다 남긴 음료수도 6년 만에 바다로 흘려보냅니다.
[김인숙/고 정다혜 양 어머니 : 책상에 매일 올려놨었어요. 가지고 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그건 아무 데나 버릴 수가 없잖아요.]
그사이 더 부식된 세월호.
[우종희/고 우소영 양 아버지 : 마음이 너무 아파가지고 말이 안 나오네요. 참…]
세월호가 이렇게 될 때까지 고대한 진상규명은 더디기만 합니다.
[우종희/고 우소영 양 아버지 : 살인 사건 나도 범죄자가 있잖아요. 여기는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것 같아서 너무나 그게 억울해요 저희는.]
참사 6주기인 올해는 어느 때보다 아팠습니다.
[김정화/고 김빛나라 양 어머니 :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 두기도 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아무래도 힘든…]
선거에서도 세월호는 잔인하게 소환됐습니다.
[김미옥/고 이호진 군 어머니 : 세월호 '세'자만 나와도 또 우리한테 무슨 가슴 찢어지는 이야기를 하려고 저러나 벌써 그런 마음이 들거든요. 설사 좋은 얘기를 해도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데…]
가만히 있어도 아픈 사람들에게도 누군가는 계속 돌을 던집니다.
[송은진/고 조성원 군 어머니 : 약 없으면 아무것도 일상생활을 못 해요. 애 사고 직후부터 지금 6주기까지 단 하루도 안 운 적이 없어요. 어디 가서 세월호 유가족이란 말을 못해요. 대놓고 욕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김인숙/고 정다혜 양 어머니 : 그저께 전화를 받았어요. 사람들은 보상 이야기 참 많이 하더라고요. 나한테 전화하신 그분은 자식을 안 잃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너무 아프거든요.]
아이가 탄 배가 바닷속으로 침몰하는 걸 눈 뜨고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부모일 뿐입니다.
[김미옥/고 이호진 군 어머니 : 구해주는 사람도 없는데 살기 위해서 얼마나 발버둥쳤을 거예요. 안 죽고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김인숙/고 정다혜 양 어머니 : 똥강아지라고 불렀어요. 제가 늦게 낳았거든요.]
[송은진/고 조성원 군 어머니 : 진짜 한 번이라도 봤으면 좋겠는데. 애가 집에 와야 하는데 애가 안 와요.]
(화면출처 :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16기억저장소)
(영상그래픽 : 김지혜 / PD : 홍재인)
한민용 기자 , 김상현, 이주원, 김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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