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후보가 15일 선거사무소 상황실에서 21대 국회의원선거 당선을 확정한 뒤 부인 김숙희 여사와 꽃다발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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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역대급 승리라는 결과로 끝난 4·15총선이 마무리 됐습니다. 선거 결과를 두고 갖가지 정치적 해석과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만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선거 전 전문가들의 예상과 실제 결과가 얼마나 맞아 떨어졌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선거의 승패는 누가 더 많은 표를 얻느냐이고 숫자 싸움인데요.
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정치 전문가들이라 불리는 평론가, 대학교수들은 예상 의석 수를 밝힙니다. 투표를 앞둔 유권자 입장에서는 누구를 찍을 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제시하는 예상 의석 수 그리고 그런 판단 근거를 듣고 참고 자료로 삼기 마련이죠.
특히 본 투표일(4월 15일) 기준으로 6일 전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불공정하거나 부정확한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될 경우 선거의 공정성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여론조사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보도가 금지하는데요. 이른바‘깜깜이 기간’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예상이 더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사실 이 기간 예측결과는 전문가들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걸린 문제입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등 자료와 자신만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시한 예상 의석 수가 실제 결과와 얼마나 가까운 지는 전문가로서 성적표나 다름 없기 때문일 텐데요.
4·15 총선을 앞두고 전문가 11인이 제시한 예상 의석 수와 실제 결과를 비교해 봤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163석) 더불어시민당(17석)=180석’, ‘미래통합당(84석) 미래한국당(19석)=103석’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고들 하죠. 심지어 공중파 방송 3사가 72억원을 들여 실시한 출구조사도 실제 의석 수를 맞히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성적표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요. 전문가들은 대체로 비례포함 민주당 의석 수는 130~160석, 통합당은 100~140석으로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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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미래통합당이 이긴다고 예상을 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최광웅 데이터정치 경제연구연구소 원장은 12일 민주당이 130석 안팎, 통합당이 140석 안팎을 가져갈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그는 “역설적으로 코로나19 사태를 정부가 잘 극복하면서 어르신들이 열심히 투표할 것”이라며 “노인 유권자가 200만명 늘어났는데 여당에 호재일 수 없다”라는 이유를 댔습니다. 최병묵 정치평론가는 11일 통합당이 144석 이상을 가져갈 것으로 내다 봤구요.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위기감에 따른 보수층 결집을 이유로 민주당 137석, 통합당 145석을 예측했습니다.
◇‘민주당 180석’ 맞춘 족집게 비결은 50대 철저 분석
대다수 전문가들이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누구도 예측 못한 ‘민주당 180석’을 정확하게 맞힌 이도 있습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입니다.
그는 12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비례 포함 민주당의 의석 수를 180석으로 예측했는데요. 당시 인터뷰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끈 ‘촛불 민심’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데도 보수는 쇄신을 거부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정부·여당의 긍정적 대처를 경험한 민심이 여권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반면 정치적으로 중도층인 유권자들, 연령대 가운데서는 50대가 보수 진영을 향한 지지를 거둘 것이라며 통합당이 지역구에서 90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이는 실제 결과(84석) 보다 6석 많은 수치입니다.
전 축구 국가대표 선수 출신 이영표 해설위원이 신들린 듯 승부를 정확히 예측해 ‘문어 영표’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는데요. 엄 소장에게도 정치권‘엄 문어’라는 별명을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시대정신연구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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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문어’의 족집게 예측 비결이 궁금해 직접 물었습니다. 그는 17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선거 결과가 나온 뒤 주변에서 어떻게 딱 맞혔냐며 신기해 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엄 소장은 “총선을 앞두고 50대 민심을 읽는데 나름대로 상당한 공을 들였다”며 다른 전문가들과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50대의 표심을 어떻게 예상하느냐의 차이였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많은 이들이 50대 유권자는 대체로 보수적이고 이번 총선에서도 통합당에 유리한 ‘샤이 보수’ 일 것이라고 예측했다”며 “하지만 지금 50대는 뭉뚱그려 보수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지금 50대 초반들은 4년 전 20대 총선 때 40대 후반이었고 이들 상당수는 보수보다는 중도나 진보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판단의 근거는 뭘까요. 엄 소장은 2016년 총선부터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까지 선거가 끝난 뒤 여론 조사와 출구 조사를 연령대로 분석한 데이터가 기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의 여론도 꼼꼼히 살핀다고 했습니다. 그는 “온라인 여론도 진보, 보수로 나눠져 있고 양쪽의 여론 흐름을 다 챙겨야 한다”고도 했는데요. 또 하나 뜻 밖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엄 소장은 20대 청년 세대와 소통에 신경을 쓴다고 했습니다. “저도 50대 중반이니 청년 세대의 정서를 이해하는 것은 필수”라는 그는 “일부러라도 자주 만나서 얘기를 나누려고 한다”고 합니다.
엄 소장은 2016년 총선 당시 국민의당(38석)의 의석 수도 정확하게 맞혔다고 하네요. 민주당(123석)과 새누리당(122석)이 일방적으로 쏠리지 않고 팽팽한 균형을 이룰 것도 예상했다고 합니다.
엄 소장은 2008년부터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근무하다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습니다. 이후 여론조사전문기관 ‘디오피니언’ 부소장도 역임했지요. 정치와 선거를 다룬 책 ‘100% 당선 키워드’ ‘왜 낡은 보수가 승리하는가’ 등에 공동 저자로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전문가들에게 의석 수를 예상해 달라는 요청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총선 전 의석 수 예측을 했더니 통합당을 깎아 내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고 합니다. 대중들이 각자의 지지 정당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하다 싶으면 그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엄 소장은 그럴수록 데이터 분석, 여론 청취를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자칫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결과를 맞혀도 비난을 받고 틀리면 더 큰 비난을 받게 되니 말입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이태웅 인턴기자
이혜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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