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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총선 이모저모

여당 말고 대통령 찍은 총선? 文 첫마디는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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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the300]21대 총선 4·15리포트④ 대통령과 청와대]

◆세월호 먼저 언급...긴급재난지원금 범위 주목

4·15 총선 결과를 받아든 문재인 대통령의 표정은 '낮은 자세'와 '국난극복'으로 압축된다. 고위공직자수사처 등 각종 개혁과제, 개각과 참모진 개편 등도 국정과제 리스트에는 있지만 조급히 드라이브를 걸기보다 차근차근 해나간다는 쪽이다.

국민이 총선에서 보여준 민심은 코로나19를 극복하라는 간절함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방역이 성공해도 심각한 경제적 충격이 예상된다. 여기에 제대로 대처하는 걸 1순위 과제로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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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코로나19 공동 대응을 위한 ‘아세안+3 특별 화상 정상회의’를 시작하기 전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4.14.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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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다음날인 16일 아침, 청와대엔 안도감과 자신감이 혼재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첫 메시지는 총선 자축이 아니라 세월호 6주기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도였다. 화두는 "공감과 책임"이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세월호의 아이들이 우리에게 ‘공감’을 남겨줬다"며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와 대책 속에는 세월호의 교훈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를 지키는 국민들의 뜻은 '누구도 속절없이 떠나보내지 않겠다'는 마음"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적지 않은 우리의 가족, 이웃이 돌아가셨지만 미처 일일이 애도를 전하지 못했다"며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가족들을 위로한다"고 밝혔다. 오후에 내놓은 총선 평가에선 공감, 책임에 '간절함'을 더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께서 선거를 통해 보여주신 것은 간절함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그 간절함이 국난극복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정부에게 힘을 실어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다. 결코 자만하지 않고 더 겸허하게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들께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질서있게 선거와 투표에 참여해주셨고, 자가격리자까지 포함하여 기적같은 투표율을 기록해주셨다"며 "그리하여 큰 목소리에 가려져 있었던 진정한 민심을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직접 언급은 안했지만 김대호 차명진 전 미래통합당 후보들의 막말도 에둘러 지적한 걸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거과정을 복기하면 막말이라든지, 선거판을 뒤덮는 목소리들이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6월 지방선거 직후에도 "높은 지지는 정말 등골이 서늘해지는, 등에서 식은땀 나는 정도의 두려움이라 생각한다"며 "갚아야 할 외상값이 많다"고 했다.

한편 여당의 압승에 따라 공수처 설치, 개각 등 다양한 후속 과제가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일각에선 비록 개헌선(200석)엔 모자라지만 개헌을 재시도할 수 있다고 본다. 청와대는 그러나 코로나19 극복 외에는 모두 너무 이른 전망이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국난극복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란 문 대통령 입장에 향후 국정방향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긴급재난지원금의 국민 100% 지급 가능성을 말한 것은 불씨가 살아있다. 이 관계자는 "향후 국회에서 여야와 심도있는 논의를 거칠 것이란 입장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득하위 국민 70%를 지급대상으로 놓고 추가경정예산안을 짠 상태이지만 대상을 확대할 여지는 열어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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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코로나19 공동 대응을 위한 ‘아세안+3 특별 화상 정상회의’를 시작하기 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4.14.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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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승' 최종병기는 문재인 대통령..강남·영남선 한계


선거와 거리두고 '할일' 앞으로

문 대통령은 당장 닥친 일에 매달렸다.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강화, 대구경북 확진자 제어, 전국적 마스크수급, 학교 개학연기 등을 챙겼다. 활동범위는 정책수립부터 홍보, 현장 실행까지 폭넓었다.

대국회 소통이 주 업무인 강기정 정무수석에게도 "일말의 오해라도 살 수 있는 업무는 하지말라"고 특별지시했다.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17대총선 '희망사항' 언급이 선거법 위반 의혹으로 일파만파 번졌던 일도 반면교사였다.

지난달 19일 1차 비상경제회의를 시작으로 2차(24일), 3차(31일), 4차(4월8일)까지 진행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도 결정했다. 정책의 현장집행에 애로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는 현장 간담회를 했다. 현장을 다녀온 소회는 직접 쓴 글을 SNS에 올려 국민과 소통했다.


지지율, 상승 앞으로

공연히 선거에 관심을 보이는 듯한 행보보다는 이게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2월, 마스크대란 속에 꺾였던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3월 반등곡선을 그렸다. 이달 들어 50%대 중반까지 올랐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13~14일 조사해 16일 발표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이 전주 대비 1.3%포인트(p) 오른 55.7%다. 2018년 10월 긍정평가 58.7% 이후 최고치다.4주 연속 긍정평가가 오차범위 밖에서 부정평가를 앞질렀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39.7%) 격차는 16%p다. 2018년 11월 1주의 17.1%p 이후 가장 큰 격차다.

이 기관의 조사에서 2월 첫주~3월 첫주까지 부정평가가 오차범위 내에서 긍정보다 근소하게 높았다. 팽팽했다고 볼 수 있다. 3월 둘째주부터는 긍정평가의 가파른 상승과 부정평가 감소가 추세로 이어졌다. 한국갤럽 등 다른 기관의 조사도 같은 패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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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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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리더십, 세계 앞으로

문 대통령은 '방역'과 '경제회복'에 고삐를 늦추지 않는 가운데 '국제' 연대와 협력을 촉진하는 '트리플 리더십'까지 나아갔다. 지난달26일 G20(주요 20개국) 화상정상회의, 지난 14일 아세안+3(한중일) 화상정상회의를 잇따라 성사시켰다. 세계 24개국 정상과 전화통화를 하며 한국산 진단키트 등을 지원해달란 요청을 받았다. 요청자 중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있었다.

해외 각국 정상과 유력 언론들의 한국 재평가는 문 대통령과 국정 수행에 대한 국내평가를 반전시켰다. 미국 타임지는 13일(현지시간) 예정대로 총선을 치르는 한국을 치켜 세우면서 곧 대선을 치를 미국도 배울 점이 많다고 보도했다.

자화자찬의 유혹도 있었지만 '자화타찬'의 선을 넘지 않으려 했다.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 질병관리본부 등 공직자, 의사간호사소방관 등 현장의료진의 헌신에 공을 돌렸다. 이런 모습도 민주당과 여당 총선후보들의 지지를 떠받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민주, 문재인마케팅 앞으로 but...

민주당의 답안지는 뻔했다. ‘문재인 마케팅’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과반수 정당을 만들어야 문 대통령의 잔여 임기 2년 반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고 개혁 정책을 완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함께 청와대서 일했던 후보들의 지역구를 찾아다니며 지원유세를 했다. 임 전 실장의 등판뿐 아니라 그의 메시지가 "위대한 국민, 믿을 수 있는 대통령, 투명하게 일하는 정부"였단 건 상징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인기가 없었다면 임 전 실장이 나설 수도, 그런 슬로건을 낼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는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의 4회연속 전국선거 승리다. 더불어민주당은 2016년 20대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올해 21대총선까지 연거푸 이겼다.

국민이 문 대통령의 '독주'를 허락했다고 보긴 힘들다. 외연은 넓지 않아도 문 대통령에 반발하는 보수층이 견고했다. 문 대통령은 △지역으론 서울 강남과 영남(부산·울산·경남), △정책으론 종부세 등 부동산, △세대로는 고령층에서 한계를 재확인했다.

앞서 리얼미터 4월3주차 조사는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만9785명에게 전화를 시도, 1522명이 응답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2.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리얼미터 홈페이지.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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