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압승에도 여권인사 연루 의혹 수사 속도
4·15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지만 검찰은 여권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사진은 검찰 로고. 뉴스1 |
제21대 국회의원선거(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이 전체 의석의 5분의 3인 180석을 차지하는 등 ‘압승’을 거둔 상황에서도 검찰은 여권과 청와대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라임 사건’과 ‘신라젠 사건’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권에서는 벌써부터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검찰은 흔들림 없는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고 보유한 주식을 판 혐의를 받는 바이오 업체 신라젠의 이용한(54) 전 대표이사와 곽병학(56) 전 감사가 이날 구속됐다. 이들은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신라젠의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임상 중단 사실이 공시되기 전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대거 팔아치워 거액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다.
신라젠은 펙사벡 개발 기대감으로 한때 주가가 급등했지만, 임상시험 중단 후 주가가 폭락했다. 검찰은 지난해 8월부터 부산의 신라젠 본사와 서울 여의도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판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라젠 이용한 전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지난 16일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
특히 신라젠 설명회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일부 여권 인사의 연루 의혹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채널A의 한 기자가 수감 중인 전 신라젠 대주주 이철(55)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전 대표 측에 접근해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거론하며 ‘유시민 이사장의 신라젠 관련 비위를 제보하라’면서 강압적인 취재를 했다는 MBC의 보도가 나와 ‘검언 유착’ 의혹이 제기되기도 한 사건이다.
검찰은 전날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 수사와 관련해 이 사건에 연루된 김모(46) 전 청와대 행정관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체포했다. 라임 사태는 1조6000억원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는 주가조작 사건이다. 체포된 김 전 행정관은 금융감독원 출신으로, 지난해 2월부터 1년 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라임 사태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금감원 복귀 후 지난달 말 보직에서 해임됐다. 김 전 행정관은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종필(42) 전 라임 부사장과 ‘회장님’으로 불린 스타모빌리티 실소유주 김봉현(46)씨와 친분이 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전 행정관이 연루된 데 이어 이 사건 핵심 인물인 이 전 부사장과 김씨가 해외 도피에 성공하자 보다 ‘윗선’에 이들을 도운 사람이 있는 것 아니냔 의혹도 꼬리를 물고 있다. 검찰은 일단 김 전 행정관에 대한 수사를 통해 라임의 비위 사실을 추가 파악하고 이 전 부사장과 김씨의 소재지 등을 탐문할 방침이다. 검찰이 그동안 라임 사태와 관련해 체포 또는 구속하거나 기소한 관계자는 1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 관련 대신증권피해자모임 관계자들이 피해자보호분쟁조정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1 |
검찰은 이번 총선 선거사범과 당선자들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대검찰청 공공수사부는 선거일이었던 지난 15일 자정 기준으로 입건된 선거사범이 1270명이며, 그 중 16명이 기소(9명 구속)됐다고 밝혔다. 또 이번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들 중 94명이 입건됐으며, 이 가운데 90명을 수사 중이라고 검찰은 덧붙였다. 이는 지난 20대 총선(당선자 104명 입건) 때에 비해 9.6% 감소한 수치다.
한편, 총선에서 압승한 여권에서는 ‘윤석열 흔들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시민당의 우희종 공동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윤 총장을 겨냥, “촛불 시민이 이제 당신의 거취를 묻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경기 남양주병에 출마했던 민주당 김용민 당선인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총장을 비판했다. 이 밖에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거나 기소된 인사들이 국회 입성에 성공해 앞으로도 윤 총장 흔들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윤 총장이 선거 당일에도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며 여야를 막론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만큼, 그가 자진 사퇴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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