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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180석 거대 여당 탄생

권력 ‘4관왕’ 그랜드슬램 이뤘다…180석 민주당의 힘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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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석, 지지도 60%. 더불어민주당의 21대 총선 성적표는 국회 단독 과반이라는 단순 여대야소 이상의 의미가 있다. 3년 전 중앙정부를 출범한 민주당이 지방정부·사법부에 이어 입법부까지 장악하는 ‘4대 권력’ 집중을 이뤄내서다. 정치권에서 “그랜드슬램(4관왕) 달성”이란 말도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16일 “1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의 결과”(이해찬 대표), “꿈의 숫자”(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라고 자평했다.

◇레임덕 대신 지배력 강화=정부·여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한 경우는 많다. 특히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153석을 획득했는데 당시 친박연대(14석), 자유선진당(18석), 친박 성향 무소속(12석) 등을 포함하면 범여권은 197석을 기록했다. 한나라당은 2년 뒤 친박 세력과 합당해 180석의 거대정당을 구축하기도 했다. 자연히 “보수 독주”라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이번 민주당·더불어시민당 180석은 각각 지역구·비례 후보를 낸 사실상 ‘한 몸’ 정당이 선거를 거쳐 단독으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코로나19로 정권심판론이 무력화하면서 문재인 정부로선 임기말 레임덕을 피해갈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구축하게 됐다. 특히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3년간 한 단계씩 국정 지배력을 강화해왔다는 평가다. 2018년 지방선거 승리는 중앙정부를 쥔 청와대가 나라 구석구석 행정권을 독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그해 말 속도를 낸 사법농단 수사에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 전현직 보수 성향 법관들이 여럿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사상 최초로 법원 수뇌부를 정조준했다.

뒤이어 청와대 주도로 검찰 힘을 뺐다. 지난해 사법농단 수사 마무리 직후 여당은 '4+1' 협의체를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통과시켰다. 야당에선 “문재인 정부가 사법부 장악으로 권력을 유지한다”(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는 비판이 나왔다.

◇윤석열발 ‘여당 견제’ 없애나=정권 3년차 총선 압승으로 민주당은 마지막 입법권력까지 틀어쥐었다. 103석으로 개헌저지선(100석)은 가까스로 지켰으나 사실상 통합당의 의회 견제 기능은 유명무실해졌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180석은 지난 2012년 여야 합의로 탄생한 국회 선진화법(개정 국회법) 작동을 무력화할 수 있는 의석수다. 한 개 정당이 전체(300석)의 5분의 3을 확보하면 단독으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처리가 가능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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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과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왼쪽 두번째부터) 등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미래준비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총선 지지에 대한 국민께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20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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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여당이 된 민주당으로선 당장 '검찰 개혁'이란 명분을 내세워 2차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야당 견제가 사라진 가운데 여당을 위축시킬 유일한 카드가 검찰의 ‘살아있는 권력 수사’라는 판단에서다. 조진만(정치외교학) 덕성여대 교수는 “총선 결과에서 민심을 확인했다는 명목으로 공수처, 검찰개혁 등 정부가 추진하려고 했던 어젠다를 단기간에 강도 높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공수처 설치에 속도를 내고, 친정부 인사로 공수처 주요 보직을 채우는 한편 경찰에 수사 개시·종결권을 모두 떼어주는 '검찰 힘빼기'가 본격화된다는 의미다.

이제 정치권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로 여당과 등을 돌린 윤석열 검찰총장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주요 입법이 끝난 상황에서 과도한 검찰개혁 드라이브는 자칫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중심으로 적절히 속도를 조절하면서 윤석열 사단 와해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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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월 광주고등·지방검찰청에 들어서며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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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검사 속속 국회로=4대 권력이 민주당 휘하로 재편되는 가운데 법원·검찰 출신 당선인 여럿이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사법농단 폭로 판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수진(서울 동작을)·이탄희(용인정)·최기상(서울 금천) 당선인은 민주당 전략공천을 통해 정계에 입문, 전원 지역구에서 생존했다. 검사 출신 정치 신인은 여야가 두루 배출했다. 소병철(순천-광양-곡성-구례값)·김회재(여수을) 당선인이 민주당에서, 유상범(홍천-횡성-영월-평창)·김웅(서울 송파갑) 당선인이 통합당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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