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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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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폭락 골치아프네` 워런 버핏, 배당금 대신 주식받기로…옥시덴탈 매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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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유가 폭락 골치 아프네…` 유가 폭락으로 석유화학·셰일업체인 옥시덴탈 주가가 바닥을 향하자 투자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은 옥시로부터 1분기 배당금 대신 보통주를 받기로 했다. 투자자들은 버핏 회장이 옥시 주식을 대량 매도할 지가 관심사다. [사진 출처 = CNBC 1월 인터뷰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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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판데믹(COVID-19 전세계 대유행) 속 산유국 간 갈등 여파로 글로벌 원유 가격이 바닥친 가운데 '투자 현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전세계 최고 부자 중 하나로 꼽히는 워런 버핏(89)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이 최근 델타항공 주식을 대량 매도한 데 이어 이번에는 석유·셰일업체 옥시에 배당금 대신 주식을 달라고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각 국 '코로나19셧다운' 여파로 4월 원유 수요가 1995년 이래 최저치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유가와 관련 업체 주가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자 장기적 관점의 '가치 투자'를 중시해온 버핏 회장도 머리가 복잡해진 모양이다. 한국에서도 원유선물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부쩍 늘어나면서 국내 투자자들도 버핏 회장의 거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석유화학·셰일업체인 옥시덴탈이 주주인 버크셔헤서웨이 요구에 따라 1분기 우선주 배당금을 지급하는 대신 보통주 주식을 발행해주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옥시가 규제 당국에 제출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버크셔는 옥시에서 받은 보통주를 즉시 처분할 수 있다. 버크셔 측이 실제 매도할 지 여부는 보고서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관련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은 버핏 회장이 옥시 주식을 대량 매도할 지 여부에 관심을 두고 있다.

WSJ은 옥시가 버크셔에 2억 달러어치 보통주를 발행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2억 달러는 옥시가 버크셔에 지급해야할 1분기 우선주 배당금에서 10%할인된 금액이다. S&P글로벌마켓정보 데이터에 따르면 버크셔는 옥시 우선주의 2%를 보유하고 있다. 버크셔로서는 주식을 받아 매도할 여지가 생기고, 옥시로서는 현금 지급 부담을 더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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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덴탈은 지난 주 도널트 트럼프 정부에 석유 업계에 유동성 공급 등 재정 지원 요청을 넣었다고 WSJ가 전했다. [사진 출처 = 백악관·옥시덴탈]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헤서웨이는 지난 해 셰일 산업의 미래를 좋게 평가하고 옥시에 12조 원에 이르는 돈을 우선주 매입 형식으로 대거 투자했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판데믹 속에 유가가 폭락하고 셰일 업계도 줄도산 위기에 내몰리면서 버핏 회장의 지난 해 투자는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셈이 됐다. 지난 해 석유회사인 셰브런과 옥시덴탈이 셰일업체 '에너다코 인수전'벌일 때 버크셔는 옥시에 100억 달러를 투자했고, 옥시는 버크셔 자금 지원을 등에 업고 에너다코를 380억 달러에 인수했다. 해가 바뀐 후 15일 옥시 주식은 연초 대비 68%폭락했고 시가 총액은 120억 달러 규모다. 에너다코 인수액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지난 주 12일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과 주요 산유국 10개국)이 5월 1일부터 6월 말까지 두 달간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가스콘덴세이트 제외)를 감산하기로 합의해 사상 최대 규모 감산을 발표했지만 글로벌 유가는 하락세다. 이 때문에 옥시는 지난 주 연방 정부에 석유 업계에 유동성 공급 등 재정 지원 요청을 넣었다고 WSJ가 전했다. 옥시는 최근 자본지출을 50%줄이고, 임직원 연봉 삭감에 이어 보통주 주주 배당도 86%줄이기로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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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 당 19.87달러로 거래를 마쳐 2002년 2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 당 20달러를 밑돌았다.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월 전세계 원유 수요가 1995년 이후 최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 출처 = 야후 파이낸스·IEA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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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2002년 2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 당 20달러를 밑돌았다. 이날 WTI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1.2% 떨어져 배럴 당 19.8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도 장 중 6.01%떨어져 배럴당 27.89달러에 거래되는 식으로 급락세다.

유가 폭락세는 감산을 통해 공급이 줄어드는 것보다 수요 위축이 더 크게 작용한 결과다. 이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월 월간 전망 보고서'를 내고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하루 기준 원유 수요 감소폭이 930만 배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4월 만 놓고 보면 전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평균 2900만 배럴 씩 급감해 월간 기준 199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95년은 멕시코를 중심으로 신흥국 외환위기가 돌던 시기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버크셔의 1분기 지분 보유 공시에 눈길을 두고 있다. 버크셔는 현금이 많다. 지난해 말 1280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쌓아뒀다. 이런 가운데 버핏 회장은 최근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미국 경제 순풍'을 언급하며 꾸준히 투자하라고 했다. 이때문에 회장이 주가가 널뛰는 코로나 장세에서 실제 주식을 어떻게 매매했을 지 관심사다.

버핏 회장은 1930년 대공황부터 2001년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등 힘든 시기를 직접 겪었다. 지금은 에너지·항공·금융주 등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업종을 보유하고 있어서 손실을 볼 수있다. 다만 닷컴 버블 붕괴 후 최근 몇 년 새 사들인 애플과 아마존 같은 기술주가 상대적으로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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