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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란 달에 착륙한 프로 방송인들-‘Z세대’, ‘B급 감성’이란 깃발을 꽂다

시티라이프 이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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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란 달에 착륙한 프로 방송인들-‘Z세대’, ‘B급 감성’이란 깃발을 꽂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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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선 소위, 꼰대처럼 젠체하는 모습은 없다. ‘나 때는 말이야’를 시전해도 유튜브 특유의 B급 정서, ‘라떼는 말이야’로 유머러스하게 편집된다. 평균 나이 50대, 방송경력 nn년 차. 이제는 각 분야에서 ‘선생님’으로 불릴 만한 그들이 ‘요즘 애들’ 문화에 도전하고, 소통하려 하며, ‘구독’과 ‘좋아요’를 요청하는 모습에선 어쩐지 친근한 정서까지도 맴돈다.


유튜브 영역이 유례 없던 포화기를 맞이한 시점, 더 이상 선보일 신선한 콘텐츠가 없다고 여겨지는가. 하지만 유튜브란 곳이 어떤 곳인가. 예측 불가능한 AI 추천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뉴트로 트렌드에 맞게 뜬 ‘과거 영상’까지도 밤새는 줄 모르고 보게 되는 곳이다.

실제로 과거 대중들에게 보장받은 콘텐츠가 현대인의 정서에 맞는 편집으로 새로운 콘텐츠란 탈을 쓴 채 선보여지고 있다. 그야말로 ‘꺼진 예능도 다시 보자’ 등의 불조심 표어처럼 말이다. 주로 과거 예능, 드라마 등을 5분 안팎으로 편집한 MBC 유튜브 채널 ‘오분순삭’이나, KBS ‘옛날티비’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는 오랫동안 브라운관을 통해 연예계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방송인들에게도 적용되는 부분이다. 최근 유튜브란 신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관록의 방송인들의 행보가 눈에 띄고 있다.

▶MCN과 손잡은 프로 방송인들의 유튜브 입문

유튜브란 생태계에 가장 모범적인 답안처럼 정착한 박준형, 장성규에 이어 강민경, 신세경, 유병재 등 기존 방송가 연예인이나 셀럽들 역시 유튜브를 통해 기존 방송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또 방송 전문가들인 만큼 개인 브이로그 영상이나, 먹방, 뷰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완성도 높은 수준으로 제공한다. 그들 중엔 촬영, 녹음, 편집 등을 직접 하는 경우도 많지만, 최근에는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 채널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전문적인 하나의 프로그램 채널’로 개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MCN 기업이란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1인 방송을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생겨난 기업이다(-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크레에이터의 경우 콘텐츠 제작에 집중을 하고, 그 외에 유통, 마케팅, 스튜디오와 기기 대여 등 콘텐츠 제작 지원을 주로 MCN이 맡는 것이다.


최근 ‘DIA TV’ ‘샌드박스’ ‘트래저 헌터’ ‘NTC’ ‘마이룸TV’ 등 MCN 기업이 확대되어가며 콘텐츠 기획·제작 단계에서부터 소속 PD, 작가들이 도맡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유튜브 플랫폼의 확대, 그 밖의 1인 크리에이터 제작 환경이 성장함에 따라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바로 기성세대 연예인들이다. 우리가 브라운관에서 주로 보던 박미선, 김구라, 노사연 등 프로 방송인들이 MCN 기업과 손잡고 유튜브에 도전을 시작했다. ‘미선 임파서블’ ‘우만우아(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등 눈에 띄는 채널 이름부터 콘텐츠 성격, B급 감성의 영상 편집, 톡톡 튀는 웃음 포인트까지도 유튜브 주 사용 세대인 10~30대를 저격했다. 출연 연예인들에게선 소위, 꼰대처럼 젠체하는 모습은 없다. 그들은 Z세대의 문화를 체험하려 하고, 후배 스태프들이나 대중들에게도 조언을 구해가며 유튜브에 적응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달라 외치는 모습까지!

예민하게 유행을 포착해야 하는 유튜브 업계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연예인들의 콜라보. 대표적인 기성세대 얼리어답터들의 채널을 지금부터 살펴보자.


More Insight 유튜브×기성세대 컬래버레이션

기성세대 연예인과 MCN 기업의 콜라보에는 몇 가지 이점이 있다. 첫 번째는 앞서 말했듯, 연예인들에게는 브라운관이나 외부 강의·행사 외에, 온라인이란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고 적응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TV가 더 이상 메인 플랫폼이 아니게 되고, 온라인의 주 시청 세대가 확대되면서 기성세대 연예인들 역시 변화에 대응해가기 시작한 것이다. MCN 기업들은 연예인 유튜버들에게 전문 PD·작가들의 기용, 좋은 화질과 음질의 촬영 기기, 적절히 배치한 음향·자막 편집 등을 서포트해주며 1차적인 촬영 환경을 만들어준다. 한편, MCN 기업의 입장에서도 인기 연예인을 영입함으로써 시장 규모를 키우고, 유튜브 시장에서도 대중적 이미지를 심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두 번째, 콘텐츠 활용이 높고, 저작권에도 자유로울 수 있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MCN 기업인 DIA TV의 경우, CJ 산하의 브랜드다 보니 몇몇 소속 채널 영상 곳곳에서 필요한 소스로 CJ 자체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자사 콘텐츠가 많으면 많을수록 자연스러운 홍보 요소가 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존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하기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 MCN 기업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연예인들이 자신의 채널을 관리하기 위한 디지털 저작권 관리, SNS 매체(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및 온라인 마케팅은 물론, 시장 분석, 프로모션, 기타 외부 행사 섭외 등을 돕는다.

▶박미선 CH. ‘미선임파서블’

▷추천 영상: ‘홍대 마비시켰던 세뱃돈 FLEX 미션!’ ‘주접 댓글 보는 미선 언니 반응’



“미선 언니 드립은 방송국 놈들이 감당하기 힘들었구나.”(-HY*****) 50대 중반 방송인 중에서도 유튜브란 생태계에 대한 높은 적응력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박미선. 지난 1월부터 DIA TV와 손잡고 선보이기 시작한 채널 ‘미선임파서블’은, ‘올해 나이 54세’+’주요 경력은 미달이 엄마’+‘33년 차 개그우먼’인 박미선이 ‘요즘 것들 문화’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다. ‘미선임파서블’은 티저 영상부터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카리스마 넘치는 블랙 수트와 하이힐, 그리고 크로마키 스크린 앞에 서서 장난감 총을 든 박미선의 모습에선 자칫 미션 수행 중인 톰 크루즈의 비장함도 엿볼 수 있었기 때문. 첫 번째 공식 영상이었던 ‘전동킥보드 도전’을 시작으로 SNS상에서 화제가 된 ‘홍대 마비시킨 설날 세뱃돈 미션’, ‘그랜절 영상’ 등이 입소문 나면서 아들, 딸뻘의 시청자들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 그들과 서로 ‘언니, 동생’ 또는 ‘보스, 요원들’(구독자 애칭)로 부르는 모습에는 애정이 넘쳐난다. 박미선이 유튜브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50대 중반의 여성도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 무엇보다 너무 재밌어!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어서 너무 재밌어.” 이러한 그녀의 대답이 앞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자 하는 이들의 정도(定道)가 될 수 있을 듯하다.

▶김구라 CH. ‘그리구라 GreeGura’

▷추천 영상: ‘그리구라가 답해드립니다! 댓글읽기’ ‘밤샌 아들 그리 ASMR로 재우려다 웃겨버린 김구라의 ASMR’


인터넷 방송에 가장 최적화된 연예인을 뽑으라면 김구라를 빼놓을 수 없다. 과거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서도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를 개인 방송 형식으로 진행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대중문화, 음악, 스포츠, 정치 등 잡학다식한 그의 저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김구라가 아들 그리와 함께 선보이는 유튜브 채널 ‘그리구라’(제작 샌드박스)는 기대를 충족시키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현재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 TV’도 방송 중이지만, 젊은 세대와 보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그리구라’를 추천하는 바이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채널 ‘그리구라’는 김구라와, 그리가 함께 만드는 가족 예능이다. 방송인 김구라와 그리는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호흡을 맞췄던 만큼, 유튜브에서 안정된 진행과 부자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채널에선 주로 신조어 배우기 같은 세대 차이를 다루기도 하고, 유튜브 트렌드에 맞게 ASMR, 뮤직비디오 리뷰 영상, 구독자 Q&A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평소 김구라의 이미지대로(?) 아들이라고 무조건 감싸주는 모습은 없다는 점이 ‘그리구라’의 재미 포인트. 그리의 앨범이나 뮤직비디오 리뷰로 냉정한(?) 팩트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그리 역시 인정할 건 깔끔하게 인정하기도 하지만, 이와 반대로 인트로부터 잔소리 폭격에 나선 김구라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들뿐이기도 하다. ‘이거 그냥 아빠가 아들이랑 놀고 싶어서 만든 채널 맞죠?’라는 시청자들의 질문이 이 채널의 성격을 한 마디로 설명해 주는 듯.

▶노사연 CH. ‘우만우아(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추천 영상: ‘하늘이 내린 주짓수 천재 노사연’ ‘노사연이 부르는 Into the Unknown’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Into the Unknown 커버 영상’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 있다. SNS에서 화제가 된 이 영상은, 가수 노사연이 CJ ENM 음악디지털스튜디오 M2와 함께 준비한 유튜브 콘텐츠 ‘우만우아’(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를 통해 업로드한 영상이다. 노사연 식으로 해석해 파워풀한 목소리로 뽐내며 부른 ‘겨울왕국2’ OST ‘Into the Unknown’은 시청자들에게 “이집 엘사 씩씩하네” “지상렬이 노사연에게 을지문덕 같다고 한 게 이 뜻이었군” “목소리와 파워가 엘사가 아니라 라이언킹 같아요” 등의 반응을 남기기에 충분했고, 기존 10~30대들 사이에서 기성세대 가수, 오랜 경력의 방송인, 힘 좀 센 언니, 이무송 아내 등의 이미지가 강했던 노사연에게 ‘데뷔 40년 차 국민 가수’ ‘보컬 맛집’이란 이미지를 먼저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 밖에도 ‘우만우아’에서 노사연은 ‘인스타 갬성’ ‘번지피지오’ ‘아무노래 챌린지’ ‘마마무 HIP 안무 따라하기’ 등에도 도전하며 50대 신생아 유튜버로서 높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우만우아’는 잠깐의 휴식기를 갖고 있는 중으로, 앞으로 공개될 노요미 이야기를 기다려보자.

▶김영철 CH. ‘영철마불’

▷추천 영상: ‘구독자 애칭 후보들 실화임!?’ ‘나무위키 읽는 소리 누가 내었는가~?’


김영철의 유튜브 채널 ‘영철마불’(제작 레디ENT-채널뮤즈)이 오픈했다. 대부분 개그맨 김영철을 떠올렸을 것 같지만, 이 채널의 주인공은 바로 배우 김영철이다(실제로 개그맨 김영철이 채널 오픈 축하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배우 김영철과 유튜브?! 언뜻 상상하기 어려운 조화일 수 있지만, 사실 TV 프로그램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 들을 법한 나긋나긋한 목소리 톤으로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해도 그저 반갑게만 들리는, 누구보다 친근한 기성세대 배우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가 예능인보다 더 많은 유행어와 짤을 유행시킨 장본인이기 때문. “사딸라”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는가”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등으로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끈 김영철은 ‘영철마불’을 통해서도 20대들과 소통을 이어가고자 한다. ‘마블’ 시리즈를 떠올릴 법한 오프닝 영상부터 시작해, 수많은 패러디를 탄생시킨 ‘야인시대’ 합성물 리액션은 물론, ‘구독자 애칭 짓기’ ‘나무위키 읽기’ ‘아무 노래 챌린지’ 등이 인기 영상. 그 밖에도 일상을 기록한 ‘브이로그’, 오랜 인연을 만나보는 ‘사딸라 데이트’ 등도 배우 김영철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볼 거리 요소다. 국민 아버지, 국민 카리스마, 악역 전문 배우 등 수많은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김영철의 반전 매력을 그의 ‘마음의 불꽃(마불)’에서 만나보도록 하자.

[글 이승연 기자 사진 및 일러스트 포토파크, 각 유튜브 채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25호 (20.04.2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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