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힘든 시골 오지 마을선 '수송 버스' 타고 투표소행
소중한 '한 표' 위해 투표장으로 |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천정인 기자 = "소중한 한 표로 제 권리 누리러 왔습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시작된 15일 광주·전남 1천233곳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투표가 시작된 오전 6시에 맞춰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잠시 줄을 서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큰 혼잡 없이 원활하게 투표가 이뤄졌다.
특히 사전투표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 유권자가 분산된 것도 한 이유로 보인다.
투표소 관계자는 "사전투표를 많이 해서 그런지 확실히 이전 투표보다 사람이 많이 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투표장을 찾아온 유권자에겐 발열 체크와 마스크·비닐장갑 착용은 필수가 됐다.
순간적으로 사람들이 몰리자 투표소 관계자는 "1m 이상 앞뒤 간격을 유지해 달라"고 요청하며 거리 두기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투표장에서도 '거리 두기' |
투표소에는 생애 첫 투표를 하게 된 학생 유권자들의 발길도 간간이 이어졌다.
대성여고 3학년 박주영(18) 양은 부모님, 언니와 함께 화목한 모습으로 서로 팔짱을 끼고 이야기를 나누며 광주 봉선동 불로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장을 찾았다.
아버지는 투표장으로 향하는 딸의 뒷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딸의 생애 첫 투표를 기록으로 남겼다.
투표하러 나오기 전 선거 공보물을 꼼꼼히 살펴보고 각각의 후보에 대한 생각을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고 박양은 말했다.
박 양은 "정치인들이 이제 학생들을 위한 법을 만들고, 학생들의 눈치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학생을 위한 정책에 소홀했던 기성 정치를 꼬집었다.
이어 "첫 투표여서 잔뜩 기대했지만 정작 투표 절차는 생각보다 특별할 건 없었다"면서 "올해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제 소중한 한표를 꼭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북구 문흥1동 주민센터에는 광주 최고령자인 박명순(116) 할머니가 찾아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도 했다.
시골길 투표 |
시골 마을에서도 불편한 교통에도 투표장을 찾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8시 전남 나주시 문평면에는 나주시선거관리위원회가 운영하는 선거인 투표 편의 지원 차량이 마을 구석구석을 달리며 유권자를 태웠다.
선관위는 교통편이 불편한 오지마을을 대상으로 올해 선거에서도 오전, 오후 하루 2차례 수송 차량을 운영했다.
노란색 20인승 버스가 시골길을 달려 멀리서 어른거리면 이른 아침부터 채비한 주민들은 마스크를 고쳐 쓰고, 마을 정자에서 느릿한 발걸음을 옮겨 차량에 올라탔다.
시골 마을 이장은 혹시나 버스가 마을 주민을 태우지 않고 그냥 지날까 봐 수백m 떨어져 있는 버스정류장까지 달려 나가 수송 버스를 마중했다.
이곳 시골 마을은 대중교통편인 버스가 운행되지만, 시간대를 맞추기 쉽지 않고 귀가하려면 다시 다른 면 소재지까지 갔다가 다른 버스를 또다시 갈아타야 하는 등 투표소로 가는 길이 험난하다.
선관위 수송 버스에 올라탄 노인 유권자들은 "과거 선거에는 비포장 길을 경운기에 올라타 투표하러 다녔는데, 투표 지원 버스도 생기고 세상 좋아졌다"고 선거에 얽힌 이야깃거리를 하나씩 풀어냈다.
시골 마을 주민들도 "투표합니다" |
노인이 대부분인 유권자들은 코로나19 탓에 오랜만에 '읍내'에 나간다며 오랜만에 만난 이웃 마을 이장과 주먹을 맞부딪히는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투표소와 가까운 마을에 사는 일부 노인 유권자들은 성인용 보행기에 의지하거나, 전동차에 올라 시골길을 한참 걷거나 달려 힘겨운 투표를 하기도 했다.
마을 10여곳을 돈 버스가 투표소에 도착하자 유권자들은 신분증을 챙겨왔는지, 다시 한번 챙긴 뒤 느릿한 걸음으로 투표소에 들어가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나주시 문평면의 서영순(71) 할머니는 "투표하러 가려고 아껴둔 마스크를 꺼내 썼다"며 "시골에서는 자녀들이 돕지 않으면 노인들이 투표하는 게 쉽지 않은데, 고생스럽더라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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