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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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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게임 할땐 언제고…유가 올리려 손잡은 美·러·사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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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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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 연대체)의 국제 원유 감산 합의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않자 협상의 주역인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가 적극 방어에 나섰다. OPEC+는 다음달 1일부터 6월 말까지 하루 970만배럴 감축하기로 합의했는데 시장에서 감산량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협상을 중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 트위터에서 OPEC+의 원유 감산 합의가 발표치인 하루 970만배럴이 아닌 2000만배럴을 감산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OPEC+가 바라보는 숫자는 하루 2000만배럴 감축"이라며 "일반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1000만배럴(970만배럴을 잘못 쓴 것으로 추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서 "에너지 사업이 궤도에 다시 오르도록 협력한 모든 이에게 감사한다"며 "특히 러시아와 사우디"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하루 2000만배럴 감산 효과는 OPEC+에 참여하지 않은 산유국이 감산에 동의하고, 사실상 감산 효과가 있는 각국의 전략 비축유 구매 등을 모두 고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는 "미국, 브라질, 캐나다 등은 추가적으로 370만배럴 감산에 기여할 것이고 다른 주요 20개국(G20)도 130만배럴 감산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저유가로 인한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의 자연 감소분과 G20 감산분, 전략비축유 구매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가 2000만배럴이라고 분석했다.

사우디 에너지 장관인 압둘아지즈 빈살만 왕자는 G20 국가의 감산 약속과 전략비축유 구매 등을 감안하면 총 감산량이 하루 1950만배럴에 달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주장에 동조했다.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는 OPEC+ 합의 감산량과 별도로 하루 200만배럴 자발적 감산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OPEC+의 감산 협상에 참여했던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도 오는 5~6월 주요 산유국들의 전체 감산량이 하루 1500만~2000만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OPEC+에 속하지 않는 미국 노르웨이와 다른 다수 산유국도 감산 의사를 밝혔다면서 이같이 소개했다. 티나 브루 노르웨이 석유·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로이터통신에 "OPEC+ 참여국 간 합의는 매우 긍정적"이라며 "노르웨이도 조만간 감산 문제에 대한 자체적인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본래 OPEC+ 회의에 앞서 하루 2000만배럴 감산이 논의됐다. 이는 전 세계 하루 원유 공급량 1억배럴의 약 20%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 협상에서는 감산량이 1000만배럴, 970만배럴로 계속 줄어들었다. 시장 실망감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970만배럴+α'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OPEC+가 합의한 하루 970만배럴 감산(5~6월 기준)은 그동안 OPEC+가 결정한 감산량 중 가장 큰 규모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분이 하루 300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이번 감산 합의만으로는 공급과잉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러한 실망감에 OPEC+의 역사적인 합의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1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5%(0.35달러) 하락한 22.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게다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아시아로 수출하는 원유의 5월 인도분 공식판매가격(OSP)을 전월보다 더 낮춘 점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아람코 관련 서류에 따르면 아람코가 대표 유종인 아랍경질유의 5월 아시아 인도분 OSP를 벤치마크 유종인 오만·두바이유 평균 가격보다 배럴당 7.30달러 낮은 가격에 책정했다. 이는 4월 인도분 할인폭보다 배럴당 4.20달러 더 낮다. 이는 감산 합의에 따른 유가 인상을 일정 부분 상쇄해 저유가 국면에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유가 하락 압력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너지투자회사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연구원은 CNBC에 "감산 합의가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시장은 여전히 원유 생산자들에게 불리하게 남아 있다"며 "글로벌 원유 재고가 증가하면서 유가는 하락 압력을 받아 수 주 동안 배럴당 20달러를 재차 테스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AP통신은 역대급 감산 규모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원유 감소에 주는 영향 역시 역대급이라고 전했다. 앞서 OPEC+가 지난 12일 합의한 감산 계획은 총 3단계로 이뤄졌다. △5월 1일~6월 30일 하루 970만배럴 감산 △7월 1일~12월 31일 하루 770만배럴 감산 △2021년 1월 1일~2022년 4월 30일 하루 580만배럴 감산 등으로 이뤄진 일정표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 서울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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