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사고 해역 찾아가 묵념·국화 헌화
국화 한송이로 세월호 희생자 위로 |
(목포=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6번째 찾아온 잔인한 4월.
12일 세월호 선상 추모식을 위해 해경 경비함정을 타고 침몰 해역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이번에는 울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건만…,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감정은 어찌할 수 없었다.
"아들아! 아빠 왔다!"
"잘 있었니? 엄마가 많이 보고 싶어"
소중한 아이들을 집어삼킨 바다에 그리움을 담은 국화 한 송이를 던지며 애써 감춰왔던 눈물을 훔쳤다.
이 한 송이를 전하기 위해 가족들은 꼭두새벽부터 도로 350㎞, 바닷길 110㎞를 8시간 넘게 달렸다.
가족들은 이 국화에 담긴 마음이 아이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파도와 조류에 휩쓸려 어디론가 흘러가는 국화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누군가는 기도하듯 두 손을 꼭 붙잡았고, 누군가는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등 각자의 방법으로 희생자를 추모했다.
마르지 않은 눈물 |
해경도 묵직한 뱃고동 소리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해경 경비함정은 가족들이 헌화를 마치자 세월호 침몰 장소를 표시한 부표를 중심으로 한 바퀴를 선회한 뒤 선수를 출발지였던 목포해경전용부두로 돌렸다.
그렇게 선상 추모식은 10여분만에 마무리됐다.
가족들이 선상 추모식을 진행한 건 이번이 2번째다.
2015년 세월호를 인양하기 전 진행된 선상 추모식은 세월호가 잠겨있다는 사실 때문에 가족들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선상 추모식을 미루기로 한 지 5년 만에 가족들은 담담한 모습으로 다시 참사 해역을 찾았다.
세월호 침몰 장소 바라보는 유가족 |
고(故) 이태민군의 어머니 문연옥 씨는 "시간이 지났어도 이 곳에 오면 마치 오늘이 '그 날'인 것 같다"며 "마음이 힘든건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은 힘들지만 찾아오지 않으면 아이들이 섭섭해할까 봐 이곳을 찾게 된다"며 "저 안에서 힘들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내가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가족들은 참사 당일인 16일은 안산에서 추모제가 예정돼 있어 날짜를 앞당겨 이날 선상 추모식을 계획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은 물론 4·16재단과 취재진 등 120여명이 해경이 제공한 3천t급 경비함정으로 사고 해역을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려되는 상황을 고려해 경비함에 탑승하기 전 마스크 착용과 발열 체크를 받은 뒤 담담하게 배에 올랐다.
4·16재단 이보람(35) 씨는 "가족들의 담담한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마음이 무겁다. 가족들이 느끼는 감정에 비하면 제가 느끼는 감정은 사치에 불과할 것"이라며 "오늘 아무런 돌발 사고 없이 추모식이 잘 진행되길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고(故) 이재욱군의 어머니 홍영미 씨는 "지금 어떤 마음인지 대답하기 힘들다"며 "이 마음을 어떻게 다 이야기하겠느냐"고 심경을 대신했다.
이어 "미안한 마음으로 엄마 아빠가 왔으니 그런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가족들은 선상 추모식을 마치고 목포로 돌아와 목포신항에 인양된 세월호 선체 외관을 확인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쳤다.
이날 선상 추모식에 참석하지 못한 일부 가족들은 오는 16일 사고 해역을 찾아 다시 선상 추모식을 할 예정이다.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세월호 유가족 |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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