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11번방','시즌3'…오늘도 끝없이 등장하는 '유사 n번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폭파→재개설 반복 패턴 그대로…대화방서 투표로 성착취물 업로드하기도

경찰 "텔레그램 본사 협조 여부 관계없이 추적기법 개발…검거사례 나와"

연합뉴스

지난 9일 새벽 한 텔레그램 성착취물 공유방에 올라온 투표
[텔레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박사(방 영상)와 '○○녀'가 동표(득표 수 동일)네요. 2시까지 투표합니다."

지난 9일 새벽 3시. 'n번방', '박사방' 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한 텔레그램 대화방에 수상한 글이 올라왔다. 채널 운영자는 'n번방', '박사방', '○○녀' 등 5개의 선택지를 제시하고, 투표 기능으로 이용자들에게 보고 싶은 영상을 고르라고 제안했다.

가장 많은 표가 몰린 영상은 '○○녀'였다. 운영자는 수십 기가바이트(GB) 분량의 성 착취물 압축파일 여러 개를 대화방에 올렸다.

경찰이 n번방 등 사건을 계기로 텔레그램을 통한 성 착취물 유통을 대대적으로 수사하는 가운데서도 텔레그램에서는 n번방 등의 운영 방식을 그대로 따른 성 착취물 공유방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유사 n번방'도 수사 대상이며, 검거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대화방들은 성 착취물을 짧게는 서너 시간에서 길게는 1∼2일간 공유한 뒤 '폭파'(삭제)하고 새로운 방을 만들며 수사망을 피하고 있었다. 새로 만들어진 방 주소는 '대피소', '공지방' 등으로 불리는 별도 대화방에 공지된다.

10일 오전 1시20분께 개설된 '△△ 산책길 XI'라는 제목의 성 착취물 공유방에는 4시간 동안 118개의 성 착취물 영상이 올라왔다. 이 방은 최초 개설 이후 '폭파'와 재생성을 반복할 때마다 뒤에 붙는 로마 숫자를 1씩 늘려왔다. 해당 대화방은 '11번방'인 셈이다. n번방과 유사한 방식이다.

200여명이 접속한 이 '11번방'에는 아동·청소년으로 보이는 인물이 등장하는 영상도 올라왔다. 이용자들은 "(방 번호가) 오늘 대체 몇번까지 올라가냐", "잘 받아 간다" 등의 메시지를 띄우거나 자신이 소지한 영상을 업로드하며 대화방에 참여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새벽 개설된 한 성착취물 공유방
[텔레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9일 밤 550명이 접속한 '□□방 시즌3'이라는 제목의 텔레그램 대화방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방 운영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 착취물 영상 '샘플'을 올린 뒤 "어떤 영상을 보고 싶냐"며 투표에 부쳤다. 이후 '시한부 □□방 시즌2'라는 제목의 대화방 링크를 올리고 "이 방에 곧 영상을 풀 예정이니 들어가 있으라"고 안내했다.

운영자는 "아청물(아동·청소년이 나오는 성 착취물)을 올리면 '완장'을 준다"며 이용자들에게 업로드를 독려하기도 했다.

'완장'은 텔레그램 성 착취물 공유방 가입자들이 운영진을 일컫는 은어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도 박사방을 만들기 전 n번방에서 파생된 성 착취물 공유방 '완장방'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성 착취물 공유방 운영자들이 과거 n번방, 박사방 등의 흐름을 잇는다고 자인하는 셈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 같은 '유사 n번방'에 대해 "n번방, 박사방에 올라오지 않은 영상을 올리거나 링크를 공유하는 경우도 수사 대상이고, 실제로 검거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텔레그램 본사의 협조 여부와 무관하게 운영자·이용자를 추적하는 기법을 개발해 활용 중"이라고 밝혔다.

juju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