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0대 총선 상관관계 나타나지 않아…"미국과 달리 날씨 영향 적어"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날인 지난 2016년 4월 13일 오전 울산시 북구 효문동 제1투표소를 찾은 유권자가 우산을 쓰고 투표소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날씨가 총선 향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기상청에 따르면 21대 총선 당일인 15일 전국이 맑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도시의 아침 최저기온은 1∼12도로 평년(1981∼2010년) 수준을 보이다가 낮이 되면 17∼24도로 평년보다 높아 포근하겠다.
남부지방은 물론 대부분 중부지방에서도 한낮 기온이 20도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보됐다.
선거 당일 이 같은 맑은 날씨와 투표율, 정당 득실과 관련해서는 속설이 분분하다.
날씨가 좋으면 투표율이 상승하고 날이 궂으면 유권자들이 외출을 꺼려 투표율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있지만, 선거 당일 쾌청한 날씨를 보이면 투표율이 떨어진다는 반대 속설도 있다. 여가 활동을 즐기는 젊은 층이 나들이하러 가는 탓에 투표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미국에서 통설로 받아들여진다. 맑은 날씨를 보이면 보수당인 공화당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에서 '리퍼블리컨 블루'(Republican Blue)라는 용어가 생기기도 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총선 당일 날씨와 투표율 간 뚜렷한 관계는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방재 기상 정보시스템으로 총선이 4월에 실시되기 시작한 1996년 15대 총선부터 2016년 20대 총선까지 서울, 광주, 대구, 부산 등 4개 도시 날씨와 투표율을 분석한 결과 평균 기온이 한 자릿수를 기록해 가장 쌀쌀한 15대 총선 투표율이 63.9%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기온이 높을수록 투표율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평균 기온이 가장 높은 2004년 17대 총선에는 투표율이 60.6%로, 여섯 차례 총선 중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수량과 투표율 간 관계를 보면 비가 가장 많이 내린 2008년 18대 총선 당시 투표율이 46.1%로 가장 낮았다.
다만 강수량이 두 번째로 많은 2016년 20대 총선 때에는 투표율이 여섯 차례 총선 중 세 번째로 높았다.
특히 20대 총선 때는 직전인 2012년 19대 총선보다 강수량이 늘었으나 투표율은 오히려 3.8%포인트 상승해 강수량과 투표율 간 관계를 일반화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 역시 국내에서 투표율과 날씨 간 상관관계는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2017년 당시 서울대 지리교육과 박사과정이던 신원정씨가 한국지리학회지에 게재한 '기후 요소와 투표율 간의 관계에 대한 고찰'이라는 논문을 보면 2000년대 이후 기온과 운량의 경우 전체적인 투표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강수와 투표율과의 상관관계도 뚜렷이 나타나지 않았다.
논문은 "2000년대 이후 선거를 대상으로 할 경우 선거일의 강수가 진보 성향의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결과가 나타났으나 이전의 자료를 포함하면 그러한 경향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현재까지 결과로 보면 투표율 자체에 날씨가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수가 있기 때문에 날씨 영향력이 더 축소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미국은 땅덩이가 커 투표소를 찾아가기 힘들어 투표와 날씨가 관련 있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며 "날씨와 투표율 간 상관관계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생존에 대한 불안을 느끼거나 불만이 쌓여 있을 경우 정치권에 실망감을 표출하려는 유권자가 늘어나 날씨와 상관없이 투표율이 상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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