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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통합당, ‘세월호 막말 ’ 차명진에 제명 대신 ‘탈당 권유’··· 사실상 총선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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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래통합당 후보로 경기 부천병 선거구에 출마한 차명진 전 의원. 차명진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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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막말 논란을 일으킨 미래통합당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병)에 대해 ‘탈당 권유’ 징계가 내려졌다. 애초 황교안 대표와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즉각 사과하며 ‘제명’이 언급됐던 것에 비해 징계 수위가 낮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차 후보는 4·15 총선을 완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은 10일 오전 중앙윤리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차 후보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헌당규상 탈당 권유 징계를 받으면 열흘 안에 탈당해야 한다. 만약 탈당하지 않을 경우 제명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진다.

하지만 총선 투표일까지 5일밖에 남지 않았고 ‘무죄’를 주장하는 차 후보가 스스로 탈당할 가능성은 극히 낮기 때문에 차 후보는 이날 당의 징계와 관계없이 선거를 완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막말 후보들에 대한 강경한 조치를 예고한 것과 달리 통합당이 수위를 낮춰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이다.

당 관계자는 “윤리위는 외부인사들을 포함해 구성되지만 당 지도부의 의견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차 후보를 제명하면 ‘집토끼’들의 표가 날아간다는 계산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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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9일 국회에서 김대호·차명진 후보의 ‘막말‘ 발언에 대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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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윤리위는 차 후보 징계 사유로 “선거 기간 중 부적절한 발언으로 당에 유해한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다만 상대 후보의 ‘짐승’ 비하 발언에 대해 이를 방어하고 해명하는 측면에서 사례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차 후보는 윤리위에 제출한 소명서에서 “상대방이 먼저 막말을 했다. 민주당 김상희 후보는 그(토론회) 자리에서 세월호 사건을 신성시하는 편은 사람, 그렇지 않은 편은 짐승이라 칭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누가 진짜 짐승인가를 시청자께 알려야 할 필요를 절감했다”며 “자식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추모시설 안에서 두 명의 유가족 남자와 한 명의 자원 봉사녀가 벌인 사건을 사례로 들었다. 너무 적나라한 표현을 피하기 위해 그냥 영어사전에 나오는 ‘○○○ 사건’이라고 순화해서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좌파들은 세월호의 슬픔을 이용해 신성불가침하고 절대적인 권력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며 “문재인이 총지휘하고 박원순이 세월호 텐트라는 물적 기반을 제공했으며 박주민이 세월호 연대를 통해 조직화했다”고 소명서에 적었다. 이어 “어찌 보면 세월호 유가족조차 세월호 권력의 희생자”라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 우상화’를 이용해 권력을 누리려는 자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 후보는 윤리위 소명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했다.

또 “(세월호 언급으로) 어떤 불이익을 받더라도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신장하는 길에 걸림돌인 세월호 우상화 세력과 맞서 온몸을 던져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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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세월호가족협의회는 지난해 차명진 전 의원을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모욕죄 혐의로 고소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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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차 후보는 지난 6일 OBS 주최 토론회에서 “국민의 동병상련으로 성금을 모아서 만든 그곳에서 있지 못할 일이 있었다”며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이미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 후보는 이를 ‘○○○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차 후보의 발언은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후보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김 후보는 차 후보가 지난해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처먹는다고 하면서 보상금 운운하고, 시체팔이로 폄훼하고 이런 얘기를 해서 유가족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다 경악을 했다’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차 후보는 이날 본인이 주장한 ‘○○○ 사건’의 근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지 않았다”면서도 “인터넷 언론 뉴스플러스에 2018년 5월 올라온 기사를 봤다. 2년 넘게 올라와있는 그 기사를 봤을뿐”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지난 8일 차 후보의 막말이 언론에 보도된 뒤 4·16가족협의회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차명진 후보를 포함해 일베, 일부 유튜버 등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향한 악의적이고 의도된 모욕, 조작된 허위사실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끝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어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 당사자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모독 행위, 세월호 진상규명 방해 행태에 강력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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