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막말 파문 대국민 사과한 날, 또다시 터진 논란 / 주동식 광주 서구갑 후보, 과거 “文대통령은 시진핑의 남한총독” 발언도 / 같은 날, 김종인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라 약속”
미래통합당 주동식 광주 서구갑 후보. 연합뉴스 |
미래통합당이 4·15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잇단 설화(舌禍)로 곤욕을 치른 가운데, 서울 관악구갑 김대호, 경기 부평시병 차명진 후보에 이어 이번엔 주동식 광주 서구갑 후보가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주 후보는 지난 8일 KCTV 광주방송을 통해 송출된 후보자방송연설 발언에서 “광주는 80년대의 유산에 사로잡힌 도시, 생산 대신 제사에 매달리는 도시, 과거 비극의 기념비가 젊은이들의 취업과 출산을 가로막는 도시로 추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호남 정치를 지배하는 것은 80년대 낡은 유산”이라며 “호남 정치는 민주화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호남정치 앞에는 이제 역사적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국정 운영은 절망적”이라고 했다.
미래한국당 원유철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7일 오후 광주 서구 신세계백화점 앞 사거리에서 광주 서구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주동식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
주 후보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을 ‘시진핑의 지시를 받는 남한 총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누굴 위해 일하는지 의문”이라며 “문 대통령은 방중 당시 북경대 학생들 앞에서 ‘중국은 큰 산맥 같은 나라고 한국은 작은 나라다, 중국몽에 함께하겠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이 분 대한민국 대통령인지, 아니면 시진핑의 지시를 받는 남한 총독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날 진행된 ‘4.15 총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도 주 후보는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부의 반일 의식이 ‘정신병’에 가깝다고도 쏘아붙였다.
그는 “광주는 80년대에 묶여 있는 도시다. 민주화의 성지라는 미명 아래 비극을 기리는 제사가 마치 본업처럼 됐다”면서 “운동권들이 5·18과 민주화를 내세워 생산과 상관없는 시설과 행사를 만들어내 예산을 뜯어내 무위도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일본 문제를 굉장히 악용하고 있다”면서 “현재 문재인 정권이 주장하고 있는 반일 감정은 ‘반일 정신병’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이성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주 후보는 위안부 동상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드러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주 후보가 (과거) 위안부 동상은 ‘강제로 끌려간 소녀라는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고 국민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말한 적 있다”고 꼬집었다.
주 후보의 발언이 알려지자, 민주당 광주선대위는 성명을 내고 “통합당과 주 후보는 광주시민과 오월영령께 사죄하라”며 “다른 곳도 아닌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 출마한 정치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망언’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합답에 주 후보도 제명 조치할 것을 촉구했다.
5월 3단체도 이날 성명을 통해 “오로지 선거에만 관심이 있고 정치 권력의 단물만을 빨아 먹는 ‘정치인의 막장쇼’가 또 벌어졌다”면서 “주 후보와 통합당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한 영령들과 지금까지도 아픔과 슬픔을 간직한 부상자와 유가족, 광주 시민에게 다시 한 번 상처를 남겼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대동정신으로 연대한 광주 시민들을 우롱한 주 후보의 오만한 정치행태는 도를 넘었다”고 비판하며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과거 ‘세월호 발언’도 재조명… “세월호 산업이로구나”
주 후보은 앞서 이른바 ‘세월호 망언’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는 2018년 8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일자리 창출 고민할 것도 없다. 앞으로 세월호 하나씩만 만들어 침몰시키자”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세월호 2,3,4… 1000척만 만들어 침몰시키자”면서 “진상조사위 등 양질의 일자리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비꼬았다.
자신을 향할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세월호를 많이 만들어 침몰시키자고 했지, 거기에 사람을 태우자고 하지 않았다”라며 “세월호 진상규명 한다며 혈세를 낭비하는 행태를 비꼰 풍자다. 오해하고 막말하지 말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라 주 후보는 비슷한 시기 ‘세월호 특조위 2기가 시작됐다’는 기사에 대해 “세월호 산업이로구나. 세월호 통해 무궁무진한 일자리 및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리라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세월호 종교’를 만들고 성지는 ‘팽목항’, 교주는 ‘문재○(문재인 대통령 비하 표현)’로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황교안·김종민 ‘대국민 사과’가 무색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이 9일 오전 국회에서 ‘김대호·차명진 후보의 막말’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후보들의 잇따른 막말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3번이나 허리를 숙였다. 선거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잇단 ‘막말 논란’에 분노한 민심을 달래기 위한 당 차원의 노력으로 풀이된다.
이날 김 위원장은 “국민을 실망시키고 화나게 해 정말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 약속한다”고 말했다.
통합당 윤리위는 김대호 관악갑 후보가 “30·40대는 무지하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또 “나이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고 말해 세대 비하 논란에 휩싸이자 지난 8일 그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공직선거법 52조에 따라 후보등록을 9일 무효 처리했다.
통합당은 또 8일 “세월호 유족이 텐트 안에서 문란한 행위를 한 기사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킨 차명진 부평시병 후보도 윤리위에 넘겨 제명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 유승민 통합당 의원은 9일 “선거 도중 후보들의 막말이 쏟아져 나와 굉장히 당혹스럽고,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다”며 “공천 과정에서 면밀하게 걸러내지 못한 것도 큰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황교안 대표는 전날 유튜브 방송에 나와 “앞으로 저와 모든 미래통합당 후보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모든 언행을 되돌아보고 진심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공식 사과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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