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 전투력에 집중, 막말 전력 눈감아…정치 퇴행 책임론
주동식, 세월호·광주 비하…이근열 ‘중국 유곽’ 공약 논란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차명진·김대호 후보의 막말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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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의 상호 심판론과 비례위성정당 창당 여파로 정책 경쟁이 실종된 4·15 총선에서 후보자들의 ‘막말’이 선거를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미래통합당 후보들은 3040세대 비하에 이어 5·18민주화운동을 매도하고 세월호 참사까지 비꼬는 거친 발언을 내뱉고 있다. 당초 통합당은 막말 전력 후보 배제 원칙을 세웠지만 ‘전투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명분으로 공천을 주면서 이 같은 참사가 벌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양극화 정치 후과인 셈이다. 이는 중도·무당층을 등 돌리게 해 투표율 저하를 초래하는 등 정치 퇴행에 대한 책임론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의 세월호 ‘막말’ 후폭풍이 몰아친 9일 통합당에선 후보자들의 망언이 연이어 알려졌다. 주동식 후보(광주 서구갑)는 지난 8일 KCTV 광주방송을 통해 송출된 후보자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대한민국 대통령인지 시진핑의 지시를 받는 남한 총독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를 “80년대의 유산에 사로잡힌 도시, 생산 대신 제사에 매달리는 도시”라고도 했다. 주 후보는 2018년 8월 페이스북에 “일자리 창출 고민할 것 없다, 앞으로 매달 세월호 하나씩만 만들어 침몰시키자”면서 “세월호 1000척만 만들어 침몰시키면 진상조사위원회 등 양질의 일자리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적었다. 통합당 이근열 후보(전북 군산)는 이날 선거 공보물에 ‘중국 유곽’을 조성하겠다고 해 논란이 일었다. 유곽은 성매매업을 하는 가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는 “편집 과정에서 (실수로) 작성됐다”며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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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논란은 단순 ‘실수’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당의 공천이 부실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주 후보의 발언은 과거 페이스북 기록만 확인해도 걸러질 수 있는 내용이다. 특히 차 후보는 지난해 세월호 비하 발언으로 ‘당원권 3개월 정지’라는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 당 관계자는 “공관위 일부에서 차 후보를 빼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으나 반대로 문재인 정부에 대항해 전투력 있게 싸울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경선을 붙이게 됐다”면서 “막말 배제 원칙이 어느 순간 흔들렸다”고 전했다. 양극단 대결 정치를 하다보니 ‘전투력’ 명분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문제 인사조차 공천을 한 것이다.
당내에서도 부실 공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경기 김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천 과정에서 이런 부분(막말)들을 면밀히 걸러내지 못한 것도 큰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의 막말은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쟁점이 실종된 이번 총선에서 막말 파동은 유권자들이 투표할 유인을 더욱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철 성공회대 교수는 “(막말은) 정치 불신을 일으키는 요소 등 때문에 특히 2030세대들이 투표장에 가지 않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양당이 비전 없이 서로에 대한 편견을 조장해서 지지층 결집에 기대려다 보니 막말과 폭력이 횡행하고 있다”며 “‘고인 물 민주주의’의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임지선·김윤나영·김상범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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