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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전두환과 노태우

8개월째 검토만…대전현충원 ‘전두환 현판’ 교체 거부하는 보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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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부터 ‘교체 검토’만 되풀이

5·18단체 “박승춘 추종세력이 막아”


한겨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 설치된 국립대전현충원 현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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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전현충원(대전현충원)에 설치된 전두환 전 대통령 친필 현판 교체 요구에 대해 국가보훈처가 1년 가까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보훈처는 지난해 8월 대전현충원 현충문의 전두환씨 친필 현판을 교체해 달라는 민원을 접수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논의를 하지 않았다. 1985년 11월 준공된 대전현충원의 현충문 현판과 현충탑 헌시비(獻詩碑)는 전씨가 써서 보내준 글씨를 새긴 것이다.

앞서 지난해 8월12일 시민단체 ‘문화재 제자리찾기’는 대전현충원 내 전씨의 친필 현판을 교체해 달라고 국무총리실에 요청했고 대전현충원은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또 같은해 9월 보훈처는 대전현충원 현판 논란에 관한 입장을 묻는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교체계획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나도록 보훈처는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보훈처는 7일 현판 교체 검토 진행사항을 묻는 <한겨레>의 질문에 “유사사례 조사,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교체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라고 서면을 통해 답변했다. 의견수렴 대상과 횟수, 내용에 대한 추가 질문에는 “지난해부터 보훈·국립묘지·역사·법률 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진행하는 등 교체 여부 적극 검토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한겨레

국립대전현충원 현충탑 헌시비 뒤쪽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필 글씨가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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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일각에선 보수 편향이었던 박승춘 전 보훈처장의 영향을 받은 일부 직원들이 현판 교체를 주저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훗날 보수 정권으로 교체되면 현판 교체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결국 보훈처 내 박 전 처장의 추종세력이 현판 교체를 가로막고 있다고 본다. 정권이 바뀔 때까지 버티겠다는 것 아니냐. 이런 일로 문재인 정부의 진정성이 훼손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현충원이 가진 의미와 전씨 범죄 사실을 고려하면 시급히 현판을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창훈 전국추모연대 집행위원장은 “순국선열, 호국영령이 잠든 현충원에 독재자 친필 현판이 걸렸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정체성에 먹칠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종엽 한신대 교수도 “대통령이 공공기관에 글씨를 남기는 일은 다수 있지만 현충원의 상징성과 전씨의 대통령 예우 박탈, 범죄 사실을 고려하면 대전현충원 현판은 없애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글·사진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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