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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온라인 개학에 울어버린 농민···급식재료 막혀 무·배추 썩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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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종했다가 등교 더 늦어지면 판로 또 막혀 곤란

그렇다고 안 할 수 없어 대출받아 파종하기도

중앙일보

강원 정선군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해 학교에 납품하는 김종식(56)씨의 비닐하우스. 겨우내 힘들게 키운 시금치가 시든 채 방치되고 있다. 사진 김종식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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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군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해 학교에 납품하는 김종식(56)씨는 본격적인 영농철임에도 파종을 고민 중이다. 평소 같았으면 500평(1650㎡)규모의 밭에 브로콜리·양배추·무를 심은 뒤 재배가 한창일 시기다. 하지만 지난 8일 현재 김씨의 비닐하우스에는 겨우내 힘들게 키운 시금치가 시든 채 방치되고 있다. 또 저온저장고에는 학교에 납품하지 못한 2t가량의 무가 쌓여 있다.

김씨는 “학교 급식에 무와 시금치가 공급되지 않는 등 판로가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보관 기간이 길어지면 결국 썩을 텐데 언제까지 버텨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파종을 해서 키워야 아이들이 등교하면 바로 납품을 하는데 지금 같은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면 어렵게 키운 농산물을 또다시 폐기해야 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김씨는 무와 시금치 판로가 막히면서 몇 개월째 수입이 없어 최근 은행에서 4000만원을 빌린 상황이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에 따른 학교급식 중단 장기화로 학교에 농산물을 납품하던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국 모든 초·중·고등학교와 특수학교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개학을 한다. 온라인 개학은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9일 중·고교 3학년이 수업을 시작하고, 16일 중·고교 1~2학년과 초등 4~6학년이, 20일 초등 1~3학년이 들어간다. 하지만 아직 실제 학교에 가는 등교 시기는 정해지지 않아 학교 급식 납품 비율이 높은 농민들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급식 납품 농가 어려움 당분간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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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정성군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해 학교에 납품하는 김종식(56)씨의 저온저장고. 학교 급식에 납품하지 못한 무 2t이 쌓여 있다. 사진 김종식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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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 농작물의 50%를 강원지역 초·중·고에 납품하는 조은현(55·여)씨도 코로나19 타격이 크다. 귀농 6년 차로 무농약 곤드레나물을 재배하는 조씨의 경우 현재 3t을 냉동저장고에 보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판로가 막히면서 올해 들어 판매한 곤드레나물은 50㎏이 전부다.

조씨는“이미 팔려나갔어야 할 곤드레나물이 팔리지 않으면서 자금줄이 막혀 최근에 농자재를 외상으로 들여왔다”며 “코로나19사태 이후 돈이 들어오는 곳이 없어 이번 달부터는 공과금도 제대로 못 낼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최문순 강원지사가 감자팔아주기에 나서면서 많은 감자가 전국으로 팔려나갔지만, 아직도 감자를 팔지 못한 농가는 많다. 횡성에 있는 산세로영농조합법인의 경우 저온저장고에 40t의 감자가 아직 판로를 찾지 못해 쌓여 있는 상황이다.

9개 농가가 모여 만든 이 영농법인의 경우 재배한 농작물의 40%가량을 학교 급식에 공급해왔다. 하지만 매출이 반 토막 나면서 파종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3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파종에 드는 비용을 충당할 계획이다. 이봉필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지금 파종을 해놔야 7~8월에 수확할 수 있어 빚까지 내 파종하기로 했다”며 “혹시나 그때까지 온라인수업이 이어질까 봐 농민들이 많이 불안해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감자팔아주기에도 아직 감자 많이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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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평창군에서 친환경 농작물을 재배하는 조은현(55·여)씨의 비닐하우스에 곤드레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 조은현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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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피해가 커지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강원지원이 친환경 농산물 재배 농가를 돕기 위해 현황 파악에 나섰다. 현재까지 파악된 친환경인증 농산물 재고량은 322t에 달한다. 판로 중단 피해가 가장 큰 작물은 감자로 230t에 이른다. 이어 당근 7t, 시금치 2t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강원지원은 개학 연기 및 온라인개학 실시로 피해가 큰 친환경 농산물 공동구매를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강릉시농업기술센터‧강릉원예농협과 함께 표고버섯·미나리·느타리버섯·시금치로 구성된 친환경인증꾸러미 판매 사업을 했다. 또 지난달부터 3차례에 걸쳐 딸기·시금치·쑥갓 등 친환경인증 농산물에 대한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강원지원 관계자는 “초·중·고등학교 개학 일정이 3차 연기에 이어 온라인개학으로 전환됨에 따라 대체판로 안내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농가의 판로가 재개될 때까지 지속해서 피해농가 발굴해 지원하다”고 밝혔다.

정선=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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