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운용사는 매달 원유선물 만기가 다가오면 ‘최근(近)월물’을 팔고 차근월물을 매수하는 롤오버를 하는데 선물이 현물보다 비싼 ‘콘탱고’ 장세가 나타나면 가격차 만큼 롤오버 비용이 발생한다. 최근 유가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메가 콘탱고(mega contango)’ 장세가 나타나고 있어 운용사들의 롤오버 전략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원유선물 ETF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WTI 원유선물 ETF(H)’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원유선물 인핸스드 ETF(H)’ 2종이 있다. 이 중에서 KODEX ETF가 TIGER ETF에 비해 수익률과 거래 규모 측면에서 앞서고 있다. 서부 텍사스유(WTI)가 지난달 30일 최저점(20.09달러)을 기록한 후 이달 7일까지 KODEX ETF는 28.4% 올랐고 TIGER ETF는 25% 상승했다.
최근 서부 텍사스유(WTI) 가격이 연초 대비 3분 1 수준으로 하락했다가 다시 반등하고 있다. /연합뉴스 |
최근 한 달간 KODEX ETF의 거래대금은 약 1조8540억원을 기록한 반면, TIGER ETF는 6706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KODEX의 순자산은 6468억원 증가했고, TIGER는 2433억원 늘었다.
전문가들은 두 ETF가 같은 원유선물에 투자하는데도 성과 차이가 나는 것은 롤오버 전략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KODEX ETF는 롤오버할 때 최근월 선물을 팔고 차근월 선물을 사는 방식을 쓴다. 5월물 만기가 다가오면 5월물을 팔고 6월물을 사는 식이다. 이처럼 만기가 가까운 근월물을 매수하는 방식은 ETF가 유가의 움직임(수익률)을 가장 가깝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최근처럼 유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콘탱고 장세가 강해지면 만기가 가까운 원유선물의 상승폭이 더 크기 때문에 단기에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은 KODEX ETF를 선호하게 된다.
반면 TIGER ETF는 만기가 많이 남은 ‘원(遠)월물’에 투자하는 전략을 쓴다. 근월물과 차근월물간 가격차가 0.5% 이상 날 경우 12월물을 매수해 롤오버한다. 이 방식은 지금과 같은 콘탱고 장세에서는 만기가 가까운 원유선물의 움직임을 덜 반영한다. 이 때문에 TIGER ETF는 현 시점에서 높은 상승률을 기대하는 투자자들보다는 유가의 변동성이 낮은 것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WTI는 지난달 30일부터 6일(현지 시각)까지 29.8% 올랐는데 KODEX ETF는 7일까지 28.4% 올라 국제유가와 비슷하게 움직였다. TIGER ETF는 25%로 상대적으로 국제유가 움직임을 덜 반영했다. 콘탱고 장세가 더 강해져 12월물의 상승률이 6월물 상승률보다 높을 경우 오히려 12월물에 투자한 TIGER ETF의 수익률이 더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근월물의 상승세가 더 강한 상황이다.
롤오버 비용은 지금 시점에서는 두 상품 모두 평소보다 많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롤오버 비용은 콘탱고 장세에서 최근월물과 차근원물간의 가격차이다. 운용사는 매월 초순 5일에 걸쳐 부분적으로 롤오버를 진행하는데 롤오버 비용은 이 기간에 발생하는 5월물과 6월물의 등락분과 두 선물간 가격차가 5일간 순차적으로 ETF 가격에 반영된다. KODEX ETF의 롤오버 진행일정은 이달 8일부터 16일까지이고, TIGER ETF는 이달 1일부터 7일까지였다.
예를 들어 두 선물이 롤오버가 진행되는 5일간 매일 10%씩 오르고 5월물과 6월물간 가격차이가 10%라고 가정하면, ETF 가격은 이론적으로 50%가 올라야 하지만 비용(가격차인 10%)을 빼면 40%가 오르는 것이다. 만약 두 선물이 5일간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롤오버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 롤오버 과정에서 부분 매매를 하면서 5월물과 6월물을 동시에 보유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보유한 두 선물의 상승률과 5월선물 상승률간 차이가 롤오버 비용이 된다. 그런데 둘다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경우 5월물과 6월물의 상승률이 0%이기 때문에 롤오버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비용은 롤오버 기간에 나눠서 반영된다.
최근월물과 차근원물간 가격차는 평소 0.1~0.5% 정도지만 최근 선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10~20%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현재 5월물은 26.84달러, 6월물은 30.85달러로 KODEX ETF의 롤오버 비용은 14.9% 안팎으로 추정된다. 12월물은 35.21달러로 5월물과의 가격차는 31.2%, 즉 12월물에 투자하는 TIGER ETF의 롤오버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최근 유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6월물 만기가 다가올 때쯤에는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장기 투자를 할 경우 변동성이 크면 ‘침식효과(잦은 등락으로 자산가치 하락)’를 겪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김찬영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 팀장은 "지금처럼 유가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가격 변동성을 잘 반영하는 투자를 원하면 KODEX에,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침식효과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 위험이 덜한 상품을 원하면 TIGER에 투자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기자(sea_throug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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