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개인 단위 지원금 지급 방안 고민해야”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이 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한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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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 ㄱ씨는 극심한 가정폭력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서울의 한 쉼터에 거주하고 있다. 올해부터 자립하기 위해 카페 아르바이트를 구했지만, 출근조차 하지 못하고 곧 일자리를 잃었다. 카페 근처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나오면서 손님이 줄어 취업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ㄱ씨는 당장 생활비가 필요하지만 주변의 도움없이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다. 이런 ㄱ씨에게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손길을 내미는 듯 했지만, 상세히 따져보니 ㄱ씨는 지원금을 받기 어렵게 됐다. 법적으로 부모와 가구가 분리되지 않아 지원금을 받으려면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 동남권의 김기남 소장은 “지원금이 가장 필요한 이들이 ㄱ씨 같은 사람인데, 이들은 사실상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가구 단위 기준으로 지급할 계획을 밝히면서 가구 단위에서 소외된 이들이 지원금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일 긴급재난지원금 범정부 태스크포스가 발표한 ‘대상자 선정 기준 원칙’을 보면, 긴급재난지원금은 가구 단위로 지급되며 가구는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세대별 주민등록표에 함께 등재된 사람을 한 가구로 본다. 이 때문에 ㄱ씨처럼 가족 내 갈등이나 위계로 가족 단위로 지급된 지원금에 접근이 불가능한 가정폭력 피해자, 부모의 소득이 많지만 독립 생활을 하는 20대 청년이나 탈가정 청소년 등은 대상에서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자립하지 못하고 시설에 수용된 채 살아가는 중증 장애인의 경우에도 주민등록은 여전히 가족에 등재되어 있어 지원금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나영정 가족구성권연구소 연구위원은 “재난 상황에서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보다 취약한 집단의 피해를 최소화해야하는데 노인이나 아동 등 가족 내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람들이나 가족과의 단절된 상황에선 혜택을 받기 어려운 집단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복지의 최소 단위를 가구로 산정하면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상 가구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한국의 복지 시스템에서 가구가 경제 공동체로 작동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 가구에서 소외되는 개개인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도 “정부가 배우자와 자녀는 같은 가구로 부모는 별도 가구로 보는 등 다양한 형태로 가구 기준을 설정하는 대안을 내놓더라도 가구 기준으로는 결국 소외지대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소외받는 이들의 불평등 완화를 위해 개인 단위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는 1인당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하되, 소득이 낮은 1~2인 가구에 대해서는 가중치를 두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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