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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반토막 난 유가에 1조 베팅한 개미···지금 들어가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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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모(38)씨는 지난 3일 여윳돈 650만원으로 원유 상장지수증권(ETN)에 투자했다. 주변 지인에게 국제 유가가 바닥을 쳤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유가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것 같아 만기가 돌아온 예금 중 일부를 원유 ETN에 넣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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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앨버타주의 원유 펌프시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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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원유 ETF·ETN 10개 1조 순매수



국제 유가 급락을 틈타 원유 투자로 눈을 돌리는 개미(개인 투자자)가 급증하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들은 원유 상장지수펀드(ETF)와 ETN 10개(인버스 제외) 상품을 총 1조42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ETF나 ETN은 일반 주식처럼 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쉽게 사고팔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기초자산인 원유 가격과 연동해 수익을 얻도록 설계돼 있다. 특히 '코덱스 WTI 원유선물 ETF'에만 4214억원 몰렸다. 2월과 비교하면 22배 넘게 급증했다. 이른바 '동학 개미 운동'으로 지칭되는 개인 투자자의 주식 투자 열풍이 원유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여기엔 유가 폭락이 계기가 됐다. 올 초 배럴당 60달러 선이던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지난달 말 장중 20달러 선이 깨지는 등 석 달 새 3분의 1토막으로 쪼그라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간 원유 감산 합의가 깨진 탓이다. 최근 배럴당 20달러대 중반으로 급반등했지만, 올 초 고점(63달러 선)과 비교하면 아직 59% 낮은 수치다. 가격이 많이 내린 만큼 반등 시 고수익을 얻을 것이란 판단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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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두박질친 국제 유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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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산 합의 불투명…"유가 10달러대로 떨어질 수도"



하지만 당분간 국제 유가가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많다. 오는 9일 열릴 예정인 'OPEC+'(OPEC과 러시아 등 10개 산유국 협의체) 화상회의에서 사우디와 러시아 간의 감산 합의가 이뤄질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감산에 동참해야만 합의가 성사될 것이란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라 불확실성이 크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등 주요 산유국의 '유가 안정화' 노력은 배럴당 20달러 수준으로 하방 경직성을 강화한다"면서도 "감산 합의 도달 전까지 유가는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에 합의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수요가 20% 이상 급감할 것으로 예상돼 국제유가의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은행(IB)은 전망을 더 어둡게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2분기(4~6월) 평균 WTI 전망치를 배럴당 20달러로 잡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유가가 10달러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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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투자 급증한 원유 ETF·ETN.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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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투자 접근…원유 DLS도 고려할 만



전문가들은 투자 땐 중장기적으로 접근하라고 권한다. 단기적으론 정치적 변수가 많아 변동성이 크지만, 유가 전쟁이 끝나고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유가도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유가는 주요 산유국 모두에게 손익분기점 아래 가격대"라며 "언제까지 손해만 보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유가 전쟁'이 오래 지속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까지 배럴당 40달러대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유 투자 상품 중 거래가 가장 활발한 건 ETN과 ETF다. 대개 원유 가격이 오를 때 수익을 내는 구조로, 유가 상승에 확신이 있을 때 투자할 만하다. 만기나 원금손실 구간이 없어 투자 후 가격이 하락해도 장기간 보유하면 원금을 회복할 수 있다. 유가 상승 폭의 두 배 이익을 얻는 레버리지 상품도 있지만, 유가가 하락할 땐 하루에 10~20%씩 빠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원유 ETN의 경우엔 매매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고평가돼 거래되기도 한다. 한국거래소도 최근 WTI 원유선물 ETN의 시장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비정상적으로 높다며 투자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신규 투자자에겐 원유 파생결합증권(DLS)도 나쁘지 않다. DLS는 가입 시점의 가격이 만기 시점보다 40~50% 떨어지지만 않으면 5~10%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 김훈길 연구원은 "현시점에 발행된 원유 DLS의 경우 유가가 10달러 중반으로 떨어져야 손실이 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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