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준비했던 모의회담 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가게무샤(影武者·대역)'로 나섰던 김달술 전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상임연구위원이 7일 오전 6시16분께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90세.
고인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당시 중앙정보부(국가정보원의 전신)에 들어가면서 남북문제에 관여했다. 1972∼1978년 남북적십자회담 대표 겸 남북회담 사무국장, 1985년 통일원 남북대화사무국 자문위원, 1992∼1996년 남북회담사무국 상임연구위원을 지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9일 앞두고 청와대에서 열린 모의회담에서 고인이 김정일 위원장,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김용순 대남담당비서 역할을 각각 맡아 돌발상황에 대비하는 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이를 위해 북한 신문과 텔레비전을 보면서 김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분석하고 똑같이 연기하는 훈련을 했을 뿐 아니라 각종 남북간 현안에 대한 북한의 입장도 연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세현 수석부의장은 "1980년대 남북대화사무국 자문위원으로 있으면서 1970년대 남북대화 경험을 통일원, 통일부 후배들에게 알려주시느라 애썼다"며 "고인이 2000년에 원래는 2시간 하기로 했다가 4시간으로 길어진 모의회담을 끝내고 나오면서 'DJ(김대중 당시 대통령)가 빨갱이가 아니구먼. 김정일한테 안 밀리겠어'라고 말한 게 기억난다"고 회고했다.
유족은 부인 박영순씨와 김훈(강원대 교수)·김엽·김국경씨 등 2남 1녀, 사위 박용일(플러스허브 대표)씨, 며느리 서영주(강원도 여성특별보좌관)·김성란씨가 있다.
빈소는 분당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12호실에 마련했지만, 유족들은 "조문은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다. 발인은 9일 오전 8시. ☎ 031-787-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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