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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피해 여성도 똑같은 범죄자"…두 번 우는 n번방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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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SNS 타고 '순결한 피해자' 프레임 씌우기

"정부의 피해 여성 지원은 총선 노린 것" 가짜뉴스

명백한 2차 가해…우리 사회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

피해자들, 비난 우려해 더욱 움츠러들 것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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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송승윤 기자, 이정윤 기자] "n번방 가해자는 사실 '피해자'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최근 유튜브나 여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성 착취 음란물 사건의 피해자들을 오히려 가해자로 모는 주장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세태는 우리 사회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 수준을 드러내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n번방 피해 여성을 오히려 가해자라고 비판하는 것은 명백한 2차 가해"라며 "이러한 가해가 계속될 경우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건전한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내는 데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유튜버 등이 피해자들을 가해자라고 일컫는 주된 논리는 그들이 애초 돈을 벌기 위해 성 관련 사진이나 영상 등을 제공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박사방'이나 'n번방' 등의 운영자에게 피해를 당했으니 엄밀히 말해 피해자가 아니라는 식이다.


최근 이 같은 주장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조회수 6만여건, '좋아요' 6600건 등의 반응을 이끌어낸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영상에선 n번방 피해자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노출한 다양한 음란물을 팔아 왔다는 사실을 거론했다. 일부 유튜버들은 피해자들이 스스로 '일탈계(자신의 신체를 촬영해 올리는 익명 계정)' 활동을 통해 성범죄 표적이 됐고, 일부는 성매매 시도까지 했기 때문에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는 논리를 내세우기도 한다. 피해 여성에 정부가 경제적 지원을 천명한 것에 대해서도 "총선을 노린 것"이라며 비판하는 이도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이와 비슷한 주장이 담긴 게시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피해자들도 돈을 원하고 접근했으니 가해자와 마찬가지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당해도 싸다" "피해자와 가해자 둘 다 똑같은 범죄자"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는 이들도 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피해자들을 비난할 경우 아직 나서지 못한 다른 피해자들도 비난받을 것을 우려해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2018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사태에 이어 이번 n번방 사건에서도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순결한 피해자' 프레임이 작동하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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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의 공론화 뒷배경으로 검찰을 지목하는 '음모론'도 활개를 치고 있다. 총선을 겨냥해 검찰이 계획적으로 n번방 사건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SNS에서는 검찰이 조주빈에게 특정 진술을 강요한다는 내용이 널리 퍼지는 중이다. 법조계에선 특정 언론사와 검찰 사이 '검ㆍ언 유착'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다 n번방 사건 수사에 대한 의구심까지 커지면서 가짜뉴스가 양산되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반면 이 같은 2차 가해에도 불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널리 알리겠다는 피해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2차 가해를 일삼는 이들과 달리 SNS를 통해 공개된 피해자들의 게시물에는 이들과 연대하겠다며 격려 메시지를 보내는 이들도 많다. 이 소장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가해자 중심주의를 벗어나기 위해선 법과 제도의 정비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 문화를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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