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경향신문 언론사 이미지

아이돌 팬덤문화 인기↑ 지하철 광고 문화 바꿨다

경향신문
원문보기

아이돌 팬덤문화 인기↑ 지하철 광고 문화 바꿨다

서울맑음 / -3.9 °
지하철 승강장에 게재된 BTS 6주년 기념 광고. 서울교통공사 제공

지하철 승강장에 게재된 BTS 6주년 기념 광고. 서울교통공사 제공


아이돌 팬덤계의 달라진 ‘조공’ 방식이 서울지하철 광고문화도 바꿔놓았다.

자신들이 좋아하거나 지지하는 연예인을 응원문구와 함께 지하철 광고판에 게재하는 팬덤 문화가 확대되면서 2019년 서울 지하철에 게재된 아이돌·유명인 광고건수는 2166건을 기록했다고 서울교통공사가 7일 밝혔다.

이는 2014년 76건에서 5년 만에 약 28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아이돌 지하철 광고는 2019년 기준 전체 지하철 광고 1만468건의 21%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하철 광고 5건 중 1건이 아이돌·연예인 광고인 셈이다.

아이돌 지하철 광고는 이제 많은 연예인들이 자신의 모습이 담긴 지하철 광고판을 직접 찾아 ‘인증샷’을 찍거나, 감사인사를 전하는 동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등 하나의 팬덤 문화로 자리잡았다.

실제 지하철 광고 건수는 아이돌의 인기를 측정하는 하나의 척도로도 활용된다.

서울교통공사가 2019년 가장 많은 지하철 광고수를 집계한 결과 BTS(방탄소년단)가 227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EXO(엑소)가 165건, 지금은 해체한 워너원이 159건을 기록했다.


그 뒤를 이어 NCT가 127건, 뉴이스트 44건, 세븐틴 41건 등을 기록해 남자 아이돌 대세를 입증했다. 여자그룹은 IZ*ONE(아이즈 원)이 4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트와이스와 블랙핑크가 각각 22건을 기록했다.

소위 ‘올팬(멤버 전부를 지지하는 팬)’이 아닌 멤버 개인을 지지하는 팬들의 지하철 광고 역시 아이돌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개인 멤버별로는 BTS의 정국이 46건으로 가장 많았고, EXO의 백현이 35건, BTS의 뷔가 31건을 기록했다.

소위 ‘지광(지하철 광고)’이 유행하게 된 배경에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확대의 영향이 크다.


2014년 슈퍼스타K6, 쇼미 더 머니 시즌3 등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참가자들을 응원하는 지하철 광고가 게재되기 시작하다 2016년 처음으로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인 Mnet의 ‘프로듀스 101’이 등장한 것이 지하철 응원광고의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

프로듀스101이 시즌을 거듭할수록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특정 아이돌 후보를 지지하는 팬들의 지하철 광고가 경쟁적으로 역사에 붙기 시작한 셈이다.

배우 임수향씨가 자신의 지하철 광고판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제공

배우 임수향씨가 자신의 지하철 광고판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제공


광고 조공문화는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해져 이제는 아이돌 1세대인 H.O.T, 젝스키스, 신화 등을 비롯해 슈퍼주니어, 티아라, 베이비복스 등 현재는 활동하지 않거나 멤버 개별활동만 하는 OB아이돌 그룹에 대한 광고도 지하철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심지어 프로게이머나 뮤지컬 배우, 연극배우 및 성악가, 가상의 애니메이션 캐릭터 광고까지 지하철 광고로 등장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에 대한 광고 외에도 일반 시민들이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광고를 띄우거나, 고등학교 후배들이 선배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광고들도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광고가 유동인구가 많은 특정 지하철 역에 붙는 것은 아니다. 광고 가격대가 유동인구별,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데다 광고가 몰리는 곳은 순서를 기다려야 하기도 한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광고대행사에서 진행을 하는 것들이고, 업체별로 단가가 제각각인 데다 유동인구나 여러 기준에 따라 광고료는 다양하게 책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돌 광고 밀집지역이자 인기 장소인 2호선 삼성역을 기준으로 할 경우 한 달 광고료는 최대 450만원 정도다. 다만 공익광고에 아이돌이 등장하는 경우는 광고료가 무료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아이돌이 공익광고에 등장하는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공익광고의 경우 광고료가 무료로 책정되기 때문에 이때는 별도의 광고료 수익이 없다”고 말했다.

아이돌·유명 연예인 광고는 단순히 팬들이 즐기기 위한 문화이기보다는 연예인들과 소통하기 위한 문화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 많은 연예인들이 광고 인증샷을 남기기도 하고,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광고판 앞에서 절을 하거나 포스트잇을 붙이고 인증샷을 남기는 소위 ‘성지순례’를 하며 ‘지광 문화’를 즐기고 있다.

프로듀스101x에 출연한 연습생을 응원하는 광고판 밖으로 부착된 포스트잇. 교통공사측은 이 같은 경우 광고판 외부의 포스트잇은 자체수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제공

프로듀스101x에 출연한 연습생을 응원하는 광고판 밖으로 부착된 포스트잇. 교통공사측은 이 같은 경우 광고판 외부의 포스트잇은 자체수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제공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광고판 내에 부착한 포스트잇은 괜찮지만 그 외 구역까지 포스트잇을 붙일 경우 미관상 보기가 좋지 않아 주기적으로 제거하고 있다”면서 “대개의 경우 팬들이 부착 후 자발적으로 수거하지만 스타를 좋아하는 마음만큼 성숙한 팬 의식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위 ‘핫 스팟’으로 꼽히는 아이돌·유명인의 광고 인기 장소는 2호선 삼성역과 강남, 홍대입구, 합정역 등이다. 외국인이 자주 모이는 3호선 압구정역이나 4호선 명동역 등도 광고 인기 장소로 꼽힌다.

특히 합정역은 YG엔터테인먼트(합정)·WM엔터테인먼트(망원)·울림엔터테인먼트(성산) 등 연예 기획사가 밀집해 광고가 많이 게재되어 ‘연예인 광고의 성지’로 불리기도 한다.

물론 모든 아이돌·유명인 광고가 지하철 광고판에 게재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교통공사의 자체 광고심의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하더라도 광고는 게재되지 못한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거나 부적절한 내용이 담긴 광고는 게재가 거부될 수 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