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비례대표 정당들의 도 넘은 홍보전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다른 당 인물을 버젓이 게재한 염치없는 홍보물과 시대착오적인 내용이 담긴 포스터가 유포된 것이다. 물의를 빚은 당의 관계자들은 6일 “처음이다 보니 어설픈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지만, 급조된 비례정당의 실체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온라인상에는 정의당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사진이 올라왔다. 그 옆 파란색 바탕의 화면에는 ‘검찰개혁, 4월15일 반드시 시작되어야 합니다’ ‘검찰은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습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밑 부분에는 열린민주당 상징마크가 찍혀 있었다(사진).
2018년 검찰 수사를 받던 도중에 별세한 노 전 의원을 홍보물에 실어 검찰개혁 필요성을 강조한 홍보물로 비쳤다.
이를 본 시민들은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정의당 당원들은 “돌아가신 분을 허락도 없이 다른 당이 홍보에 이용하다니 제 정신이냐”고 반발하며 격분했다. 열린민주당 게시판에도 ‘노 전 의원 사진을 내려달라’는 요청이 올라왔다.
논란이 거세지자 열린민주당은 사태 파악에 나섰다. 해당 홍보물은 한 지지자가 만들어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당 관계자는 “공식 홍보물은 아니다. 부적절하니까 (해당 지지자에게) 내려달라고 말씀을 드려 조치를 했다”며 “검찰개혁을 위한 요구가 그만큼 강해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이름을 내건 홍보물은 지지자가 제작했다 해도 당이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격인 더불어시민당은 지난 5일 논란성 홍보물로 뭇매를 맞았다. ‘더불어 결혼해요’라고 쓰인 홍보물은 결혼식 청첩장과 비슷했다. 밑 부분에는 ‘더민주 그리고 더시민’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어 ‘장소: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례: 문재인 선생님’이라는 소개를 덧붙였다.
‘결혼식 날짜’로는 총선 투표일인 4월15일을 표기했다. ‘15일’ 숫자인 ‘1’과 ‘5’ 위에는 하트 표시를 넣어 민주당·더시민 기호인 1·5번을 강조했다.
한 누리꾼은 “꼼수 위성정당을 창당한 것을 결혼이라고 포장한 것”이라며 “형제·자매 정당이라고 하더니 형제·자매끼리 결혼한다는 건가”라고 비꼬았다. 더시민 관계자는 “두 당이 하나라는 점을 알린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비례위성정당의 꼼수 경쟁은 창당부터 홍보까지 멈추지 않고 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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