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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방위비 미타결·무급휴직…흔들리는 주한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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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출입 병사 '훈련병' 강등 강력 조치…"무급휴직 길어지면 운용차질 불가피"

해외 주둔 미군 바이러스 검체 검사까지 의뢰해 '입방아'

연합뉴스

발열 검사하는 주한미군
(서울=연합뉴스) 평택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군 관계자들이 출입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하고 있다. 2020.4.5 [주한미군 사령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주한미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 미타결로 기지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주한미군 기지 운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던 한국인 근로자 8천600여명 중 절반에 육박하는 4천명 정도가 지난 1일부터 무급 휴직을 당해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대구와 평택, 오산 미군기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는 등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혼란에 빠졌다.

주한미군 심장부인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에는 지난달 6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이달 5일까지 9명이 확진됐다. 평택기지와 기지 밖에는 워낙 유동인구가 많아 확진자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평택기지는 여의도 면적의 5배인 1천467만7천㎡(444만평)에 달해 외국에 있는 미군기지 중 단일기지로는 최대 규모다. 이곳 상주인구는 장병과 가족 등 3만명에 약간 못 미치지만 2년 후면 4만3천여명으로 늘어난다.

2사단 등 여러 곳에 있던 미군기지가 평택기지로 이전하면서 기반 시설 공사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서울 용산에 있는 한미연합사령부는 내년 말께 평택으로 이전하는 데 필요한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공사와 관련된 인력 출입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코로나19에 노출될 위험이 큰 곳이다.

평택과 오산기지에는 공중 보건방호태세(HPCON) 중 두 번째로 높은 단계인 '찰리'보다 강화된 '찰리 플러스' 단계가 발령되어 있다. 해당 기지 소속 장병 등은 종교시설, 세탁소, 이발소, 클럽, 영화관, 술집 등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다.

미군 장병들이 암묵적으로 기지를 빠져나가 출입금지 장소를 드나드는 사실이 적발되자 로버트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달 27일 평택기지 밖 통행을 제한하는 조처를 했다. 코로나19 침투로 기능 마비를 유려한 미 8군사령부는 핵심부서 인력의 사무실 근무를 최소화하기도 했다.

이런 엄격한 규칙에도 술집을 출입해 적발된 중사 1명과 병사 3명이 강력한 징계를 받았다. 중사는 2개월 치 월급이 몰수되고 병사 3명은 2개월 치 월급 몰수에다 계급이 훈련병으로 강등되는 조치가 나오자 캠프 험프리스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연합뉴스

'무급휴직 철회하라'
(평택=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1일 오후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정문 앞에서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조 조합원들이 무급휴직 상태 정상화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부는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 결렬로 주한미군 전체 한국인 근로자 8천600여 명의 절반가량인 4천여 명이 이날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0.4.1



주한미군 기지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데 필요한 한국인 근로자들의 절반이 무급휴직을 당한 것도 미군 수뇌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한국인 근로자 8천600여명이 그간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헌신을 해왔는데 방위비분담금 미타결을 명분으로 강제 무급휴가 조치를 단행했다. 이들은 '출근했다가 들키면 가중 처벌한다'는 위협에 사무실에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타결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한국인 근로자를 볼모로 삼는다는 비판이 계속됐지만, 미국 국방부와 주한미군사령부는 강제 무급휴직을 감행했다.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조기 타결되지 않는 한 이들이 일터로 복귀하는 기간도 그만큼 길어진다.

한국 정부는 특별법을 제정해 정부 예산으로 근로자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그전까지 긴급 생활자금 대출 지원 등의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당장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많다.

미군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미군기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의 무급휴가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지 운용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당장은 눈에 띄지 않지만, 곧 불편한 상황들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주한미군이 겉으로는 침착해 보이지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코로나19와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등으로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여기에다 일본 등 해외 기지에 근무하는 미군의 검체를 채취해 한국에 바이러스 감염 여부검사를 의뢰해 구설에 오르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해외 미군 검체를 한국의 한 연구소에 의뢰했는데 지난달부터 이달 초 사이에 세 차례에 걸쳐 미군 72명이 코로나19 양성으로 판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한미군은 "매일 80∼100건의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한반도 외에 다른 곳에서 복무하는 장병들의 검사를 돕기로 했다"면서 "그러나 최근 주한미군 내 계약근로자들의 확진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한국 내 기관에 검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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