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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허풍과 협상 사이에서 춤추는 국제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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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 급등 후 다시 하락

[이코노믹리뷰=최진홍, 이가영 기자] 국제유가가 말 그대로 요동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증산경쟁을 예고하며 국제유가가 폭락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감산 가능성을 시사하자 국제유가는 다시 폭등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시장의 의문이 커지며 국제유가는 다시 하락하고 있다. 실제로 브렌트유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원유전쟁 감산 가능성 시사와 동시에 장중 한 때 50%나 뛰었으나, 3일 현재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20달러 수준으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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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이는 국제유가

코로나19의 여파로 국제 원유 수요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우디는 러시아에 감산을 제안했으나, 미국의 셰일가스 업계를 경계한 러시아가 이를 거부한 바 있다. 그러자 사우디는 오히려 증산 카드를 꺼내 원유 시장을 뒤흔들었고 러시아도 증산 카드를 꺼내며 맞불을 놓자 국제유가는 대폭락을 거듭했다. 한때 배럴당 20달러선이 깨지며 원유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이런 가운데 1일(현지시간) 폭락하던 국제유가가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실제로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배럴당 1.61달러 하락한 24.74달러를 기록했으며 두바이유는 2.20달러 내려간 21.23달러, WTI는 0.17달러 하락한 20.3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장이 마감된 후에도 선물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오랜만에 호조세를 보이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미국의 공격적인 비축유 확보 카드, 나아가 실제 증산에 전사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러시아의 미온적인 행보가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왔다.

2일에는 시장이 더 파격적으로 반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와 러시아의 증산전쟁의 휴전을 중재하고 있으며, 이미 성과를 거뒀다는 메시지가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CNBC는 당일 오전 10시 30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국제유가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으며 사우디와 러시아가 최대 1500만배럴를 감산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타이밍이 미묘하다. 중국이 국제유가 하락을 틈타 대규모 비축유를 확보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CNBC의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CNBC 보도 직후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 및 러시아 등 유가전쟁의 당사자들과 좋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히며 기대감을 키웠다.

실제로 사우디는 반응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의 보도를 종합하면, 사우디는 조만간 감산 문제를 합의하기 위해 OPEC 플러스 긴급회의를 요청한 상태다.

정확한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감산 가능성을 시사하고 사우디 및 러시아와 좋은 이야기를 나눴다는 메시지가 나온 후 사우디가 사실상 감산 카드를 만지작거린 점은, 국제유가의 폭락에 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막대한 외환 보유고를 바탕으로 장기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극적인 중재가 통했다는 말도 나왔다.

국제유가는 즉각 폭등했다. 실제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5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24.67% 오른 25.32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국제유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이어 증권가도 반응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469.93포인트(2.24%) 오른 2만1413.44에 거래를 마쳤으며 S&P 500 지수는 56.40포인트(2.28%) 상승한 2526.90 올랐다. 나스닥 지수도 126.73포인트(1.72%) 오른 7487.31에 장을 마치며 모처럼 웃었다.

반전은 러시아의 부인으로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기점으로 국제유가가 폭등했으나, 막상 협상의 당사자로 알려진 러시아는 증산을 멈추기로 했다는 트럼트 대통령의 말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AFP 등 외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현재로선 감산 합의와 관련한 대화 계획은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감산 합의에 선을 그으며 원유 선물 시장은 다시 주춤하고 있다. 장중 한때 20% 이상 올랐으나 WTI 선물가는 다시 20달러 수준으로 내려왔다. 여러가지 호재가 반영되어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세를 탔으나, 그 파괴력은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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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당분간 어떻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시장에서는 당분간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먼저 지난해 미군의 시리아 철군으로 사이가 소원해진 미국과 사우디가 국제유가 시장에서 일정정도 보폭을 맞추는 장면이 나온 것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사우디의 실력자인 무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에 전화를 걸어 증산경쟁을 멈춰달라 요청했으나, 무하메드 왕세자는 이를 거절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두 사람의 통화가 진행된 후 사우디가 OPEC 플러스 긴급회의를 요청한 것은 사우디 내부에서 일정정도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시사한다.

올해를 기점으로 본인의 권력을 더욱 강화하려는 무하메드 왕세자의 정치적 입장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최대 1500만 배럴의 감산은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의 하루 평균 생산량이 1억배럴 수준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무려 10%나 해당되는 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산을 현실로 만들려면 대부분의 산유국들이 적어도 200만배럴은 감산해야 하지만,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무엇보다 1500만 배럴 감산의 주축이 사우디와 러시아인지, 아니면 UAE 등 모든 산유국들의 목표인지도 확실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은 1500만 배럴 감산을 시사하며 그 기준이 되는 날짜도 언급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러시아가 감산에 돌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미국 기업들은 막상 감산에 돌입하지 않는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러시아는 물론 사우디 등 OPEC 회원국들은 모두 국영기업에서 원유를 생산하지만 미국 기업들은 사기업이기에, 정부가 나서 감산에 들어가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국제유가가 하락하며 채산성이 낮은 자국의 셰일가스 업계를 살리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감산 가능성을 시사하며 특유의 판 흔들기 협상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셰일가스를 채굴하는 화이팅 페트롤리엄(Whiting Petroleum)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파산신청을 한 가운데, 셰일발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협상술을 보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실적악화에 시달리는 미국의 엑손모빌 등이 국제유가 하락으로 셰일가스 업체들이 무너지면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울 조짐을 보이는 등, 미국 내 에너지 업계에서 벌어지는 패권경쟁이 앞으로의 유가전쟁에 있어 미국의 행보를 결정할 의외의 변수라는 말도 나온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자국 에너지 기업들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현재의 사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최진홍,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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