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유가 전쟁에 개입하자 국제유가가 폭등했다. 증권사들은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가 이뤄질 경우 유가가 본격적인 반등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다.
국제유가는 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유가 전쟁이 봉합될 가능성에 20% 이상 폭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4.67%(5.01달러) 급등한 25.32달러에 장을 마쳤다. 장중 30% 이상 올라 배럴당 27.39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는 21.02%(5.20달러) 상승한 배럴당 29.94달러에 거래됐다. 장중 배럴당 36.29달러까지 폭등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최대 1500만배럴의 원유를 감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통화한 내 친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방금 통화했다”며 “그들이 약 1000만배럴을 감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기대한다. 실제로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원유·가스업계에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뒤이어 올린 트윗에서는 “(감산 규모가) 1500만배럴에 이를 수도 있다”며 “모두에게 좋은 뉴스”라고 덧붙였다. 이후 사우디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10개 산유국의 연대체) 긴급회의를 요청했다.
최근 국제유가 폭락으로 미국 셰일업계의 줄도산 우려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 전쟁의 두 당사국인 사우디와 러시아 사이를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 셰일업체 화이팅석유(Whiting Petroleum)는 지난 1일(현지시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증권가에서는 주요 산유국 간 감산 합의 시 본격적인 유가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처럼 이행되고 미국도 감산 공조에 합의한다면 유가는 제한적 수준이지만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과 중국의 전략비축유 수요도 유가의 하방 경직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다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경제활동 마비와 사실상 미국 내 드라이빙 시즌 수요가 사라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산 합의 시에도 가파른 유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달러 경색 현상 지속에 따른 달러 강세도 유가가 큰 폭으로 반등하는 데 제약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석유 전쟁 개입은 석유 시장수요와 공급 불확실성 공존 속에서 배럴당 20달러대로 폭락한 유가의 하방 경직성을 지지할 것”이라며 “주요 산유국들의 석유 시장 안정화 공조가 재현될 경우 WTI, 브렌트유 등 유가는 배럴당 20달러 수준의 하방 경직성 강화를 통해 본격적인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코로나19 일단락 시 예상되는 석유 수요 정상화까지 가세하면 하반기 WTI 가격은 배럴당 50달러 돌파 시도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셰일업체들의 파산이 원유 공급 리스크를 완화시키는 한편 미국의 사우디와 러시아 간 감산 합의 개입을 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도 제기된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4월 1~2일 국제유가가 큰 폭 상승한 표면적 이유는 중국의 전략 비축유 구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이지만 변곡점을 만든 이벤트는 미국 셰일업체 화이팅 석유의 파산보호신청”이라며 “셰일업체들의 파산 관련된 소식은 공급 리스크를 완화시킬 수 있는 초석”이라고 판단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와 사우디의 재정균형유가가 48달러, 83달러로 현재 유가를 장기적으로 용인하기 어려운 점, 미국 석유개발(E&P) 업체들의 파산이 발표되고 있고 채권 상환일정 고려 시 미국의 개입이 빨라져 공급조절이 기존 예상보다 당겨질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감산 합의 시 WTI 기준 배럴당 40달러까지 빠른 유가 반등이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감산 가능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잔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제유가는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황 연구원은 “이달부터 증산에 나선 사우디와 당장의 증산은 보류한 러시아만 국한 시 약 45% 감산이 요구돼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그동안 OPEC+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과 캐나다, 브라질 등의 감산 동참 여부도 불명확하다”고 진단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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