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기준 등 핵심원칙 모호, 논란 지속…추경 등 재원조달도 과제
총선 후 '막판' 20대 의원들이 추경 심사…정쟁 심화 땐 하반기 가능성도
행정안전부가 3일 지급 기준을 발표했지만, 논란이 해소되기는 커녕 오히려 커지고 있는 데다 재원조달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국회 심의 등 거쳐야 할 ‘허들’이 많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안을 심사해야 할 국회는 오는 15일 최대 정치일정인 21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있다. 이번 총선으로 현역의원들이 대거 물갈이될 것으로 보이지만, 재난지원금 추경 심사는 임기를 1개월여 남겨놓은 20대 의원들이 진행해야 한다. 선거 결과에 따라 추경을 둘러싼 정쟁이 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하반기에나 집행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재난지원금을 신속히 집행하기 위해선 지급기준과 원칙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행안부가 다음주로 예정됐던 지급기준 발표 시점을 3일로 앞당긴 것은 이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확대되는 분위기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의 신속한 집행을 위해 3일 지급대상 선정기준을 발표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지만, 5월 지금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한 3차 비상경제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능후 복지부 장관, 진영 행안부 장관, 홍 부총리, 성윤모 산업부 장관, 이재갑 노동부 장관. [기획재정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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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긴급 재난지원금을 말 그대로 재난지원에 초점을 맞출 경우 소득·재산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여부가 중요한 지급기준이 돼야 한다. 단순히 일정 수준 이하의 소득자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도 지원 받는 문제점이 생긴다.
반면에 경제활력에 초점을 맞춰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에 집중하되, 코로나19 사태가 소강국면에 접어들 때 집중적으로 집행해야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에 재난지원과 경기부양이라는 두가지 의도가 복합돼 있다보니 선정기준이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거의 대부분의 지자체가 재난기본소득·재난긴급생계비 등 다양한 명목으로 별도의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는 지자체 지원금을 정부 지원금에 포함하고, 일부는 정부 지원금과 별도로 추가 지급키로 하는 등 중구난방이어서 형평성 논란도 심화하고 있다.
재난지원금 조달도 문제다. 정부는 총 9조1000억원의 재난지원금을 중앙과 지방 정부가 8대2의 비율로 분담토록 하고, 정부 몫 7조1000억원은 추경을 편성해 조달할 방침이다. 정부는 추가로 동원할 수 있는 재원이 바닥 난 상태에서 적자국채 발행을 최소화하고, 기존 예산의 조정을 통해 최대한 조달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불요불급한 예산을 걸러내고 있다. 연례적으로 불용이 많은 예산, 코로나19로 사업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사회간접자본(SOC), 행사지원금 등이 대상이지만 만만치 않다.
추경을 편성하더라도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현재의 20대 의원 임기가 5월 29일로 끝나며, 오는 15일 총선에서 당선되는 21대 의원 임기는 5월 30일부터 시작된다. 때문에 추경 심사는 사실상 대폭적인 물갈이가 이뤄진 20대 의원들이 처리해야 한다. 정부는 원포인트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해 속전속결로 매듭짓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런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이가 큰데다 4·15 총선 이후 정국이 소용돌이에 휩싸일 경우 추경안 처리가 표류할 수도 있다. 20대 국회의원 임기 내에 처리되지 못할 경우 21대 의원의 손으로 넘어가고, 그렇게 되면 21대 상임위 구성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장기 표류가 불가피하다. 지방정부는 지방정부대로 지자체 분담금 마련을 위한 추경 편성과 의회 동의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결국 재난지원금 조기 지급을 위해선 선정 기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서부터 시작해 정부·정치권·지자체 등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다. 미증유의 전염병 재난을 맞아 강력한 사회적 연대의식을 발휘할지, 아니면 각 집단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지루한 논란을 지속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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