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11월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이 같은 글을 남겼다. 그가 감사의 뜻을 전한 이종필 전 부사장은 펀드환매 중단 사태를 초래한 핵심인물로 현재 잠적 중이다. 핵심인물은 종적을 감췄지만 가라앉아있던 위법 행위는 꼬리를 물며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무리한 투자에 따른 손실로만 알았던 이번 사태는 사기를 공모한 혐의가 드러났고 무자본 인수합병(M&A) 기업사냥꾼과의 결탁도 알려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라임 사태를 일컬어 ‘자본시장법 위반 선물세트’라고 꼬집는다. 상황이 일파만파 확대되면서 금융감독원은 코로나19로 잠시 중단했던 현장 조사를 오는 9일부터 시작한다.
◆부실자산 편입 라임 폭탄의 시작
2012년 투자자문사로 시작한 라임은 2015년 정부의 사모펀드 규제완화에 힘입어 국내 1위의 헤지펀드 운용사로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욕심이 과했다. 고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펀드에 부실 자산들을 편입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그간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채권과 주식의 중간 단계)을 취급하면서 덩치를 불렸다. 안전한 투자처로 각광받았지만 2018년 정부 주도의 코스닥벤처펀드가 부실의 뇌관이 됐다. 검증되지 않았거나 부실한 기업들도 CB를 발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18년 코스닥벤처펀드를 만들 때 여러 운용사들이 서로 물량(펀드 기초자산)을 채우기 위해 무리를 했다”며 “일부 운용사들은 비상장사 주식을 갖고 있는 다른 운용사에게 기업에 대한 검증 없이 프리미엄을 얹는 대가로 CB 등을 넘길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터진 부실, 이어진 은폐
검증 없는 메자닌을 펀드 자산으로 편입하다 보니 결국 탈이 났다. 일부 CB는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휴지조각이 됐다. 라임은 이를 숨기기 위해 펀드 자금으로 다른 기업에 돈을 대고 그 기업이 부실이 난 CB를 액면가에 매입하는 펀드 돌려막기에 나섰다. 여기에 투자한 해외자산(미국 IIG 헤지펀드)이 폰지사기에 연루돼 전액을 날리게 된 상황에서도 판매사인 증권사와 짜고 펀드 판매를 진행해 피해를 키웠다. 이는 사기혐의에 해당된다.
결국 내부에서 곪아가던 라임 사태는 잘못된 펀드 설계로 인해 터지게 됐다. 모(母)펀드의 경우 현금화가 쉽지 않은 자산에 투자된 반면, 투자자들에게 판매된 자(子)펀드는 개방형, 단기 폐쇄형 구조로 구성되면서 유동성 리스크를 키웠다. 말 그대로 잘 안팔리는 물건을 자산으로 펀드를 만들었다가 환매요청에 즉각 대응할 수 없게 되자 환매중단으로 이어진 것이다.
2020년 2월 금융감독원이 회계법인의 실사를 재평가한 결과 라임 펀드의 원금은 사실상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모펀드인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의 최소 회수율은 각각 반토막 수준인 50.4%, 57.7%다. 무역금융펀드는 전액 손실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다.
◆드러나는 사기행각들
이 같은 불건전 운용이 가능했던 이유는 라임자산의 내부통제가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이다. 이종필 전 부사장은 별다른 제재 없이 독단으로 펀드를 운용하면서 펀드자금을 쌈짓돈 쓰듯 써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부당이득을 취득하기 위해 임직원 전용 펀드를 만들어 운용하거나 기업사냥꾼들과 결탁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라임 일부 임직원은 특정 코스닥 법인 CB에 투자할 경우 이익이 날 것으로 알고 라움자산운용의 펀드에 꾸준히 재간접으로 투자하며 부당이득을 취득한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임직원 전용 라임펀드가 라움운용의 ‘OEM 펀드’에 가입했고, 그 OEM 펀드는 라임 임직원의 자금으로 CB를 저가에 매수해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하는 형식이다. OEM펀드는 자본시장법상 불법이다.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이다.
또 라임자산의 ‘전주(錢主)’로 불리며 등장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의 관계도 떠오른 상태다. 이 부사장은 현재 김봉현 회장과 수원여객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모의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양성모 기자 paperkiller@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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