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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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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이 공약] “AI로 삭제” “카메라 규제” 각양각색…처벌 강화엔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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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디지털 성범죄 근절

민주당, 합성영상 등 처벌범위 확대

통합당, 촬영동의에도 협박 땐 처벌

정의당, 유통 구조 차단에 방점

국민당, 유통 플랫폼 법적책임 강화

여연 “사후 삭제만으론 해결 불가능

유통 규제강화 실효성 있게 추진을”


한겨레

‘엔(n)번방’을 모방해 이른바 ‘제2의 엔번방’을 만든 닉네임 로리대장태범의 재판이 진행된 지난달 31일 춘천지법 앞에서 여성단체 회원 등이 손팻말을 들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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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만명. 200만명.

각각 텔레그램 엔(n)번방 용의자와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숫자다.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뜻을 보탠 이들이다.

4·15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은 이와 같은 범죄를 막기 위한 공약을 내놨다. 처벌 강화 방향은 같지만, 대책은 여러 방향으로 갈린다. 차이는 불법촬영장비로 쓰일 수 있는 변형카메라관리제를 도입하자(미래통합당)는 구체적인 내용부터 디지털 성폭력 대응을 위한 국가 비전을 수립하자(정의당)는 강도 높은 정책 의지까지 아우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공약은 처벌 강화와 피해자 지원에 집중돼 있다. 성착취 영상물의 구매자·소지자를 모두 처벌하고 영상합성 등 범위를 확대해 사각지대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 불법촬영물을 차단하는 데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거나 신속한 삭제 지원 서비스 마련 등 범죄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래통합당의 공약은 다른 정당들보다 양적으로 질적으로 빈약하다. 통합당은 성폭력처벌법을 개정해 촬영 동의와 상관없이 영상을 이용한 협박도 처벌 대상에 포함했고, 변형카메라관리제를 도입하는 수준에 그쳤다. 도리어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1일 한 토론회에서 텔레그램 엔번방 가입자의 신상 공개를 두고 “호기심 등으로 엔번방에 들어왔는데 막상 들어와보니 부적절하다고 판단해서 활동을 그만둔 사람에 대해서는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부적절한 발언을 내놨다. 황 대표의 안일한 의식이 공약에도 반영돼 있다. 엔번방은 무료 방이라도 링크가 있어야 하거나, 유료 방의 경우 최대 200만원의 입장료를 암호화폐 등으로 내야 들어갈 수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은 “통합당이 디지털 성폭력의 심각성에 별로 주목하지 않고 있는 것은 빈약한 공약이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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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다른 정당보다 디지털 성착취 구조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내놨다. 디지털 성범죄 종식을 위한 국가 비전 설립과 함께 불법촬영물이 유통되는 산업구조를 차단하는 데 방점을 뒀다. 촬영물이 올라가는 사이트 운영자와 광고업자, 웹하드, 불법 제작물을 유통해 돈을 버는 헤비업로더 등의 처벌을 강화해 유통을 막자는 것이다. 성폭력 촬영물을 유포·재유포할 때는 가중처벌하고, 삭제 비용은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처벌 강화 대책도 포함됐다. 국민의당 공약은 불법촬영물의 제작자·유포자·소비자를 모두 처벌하고 유통 플랫폼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강화했다.

각 당의 정책을 비교분석한 여연은 “인공지능을 통한 사후 삭제(민주당·국민의당)만으로는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산업화되고 있는 범죄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규제 강화를 실효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번 선거에서 디지털 성폭력 범죄 근절 공약이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시작된 이른바 ‘미투’ 운동 뒤 첫 총선이기도 하다. 이미 디지털 성폭력에 분노한 시민들은 20대 국회에 실망했다. 지난해 12월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 프로젝트 단체 ‘리셋’(ReSET)이 활동을 시작해 10만명 이상의 동의로 넣은 국회 1호 입법 청원은, 20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개정안에 ‘딥페이크’(특정 인물의 얼굴·신체를 합성한 편집물) 관련 조항만 넣는 데 그쳤다. 리셋은 “청원인과 국민의 마음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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