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선거벽보 부착 |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시끄럽고 요란스러웠던 선거운동을 바꿨다.
제21대 총선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일 오전 출근 시간.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한 4차선 도로에서 통합당 하태경(해운대갑) 후보와 선거운동원이 길가에 띄엄띄엄 서서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선거운동원 간격을 2m씩 띄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것이었다.
2㎞ 떨어진 수영로터리에서는 민주당 강윤경(수영) 후보와 선거운동원이 자리를 잡고 후보 이름 알리기에 바빴다.
유세차가 있었지만 로고송은 흘러나오지 않고 선거운동원이 묵묵히 인사만 하는 모습이었다.
'투표하세요' |
출근길에 선거운동을 본 한 운전자는 "말 없는 팬터마임 유세를 보는 것 같았다"고 촌평을 남겼다.
2주간의 선거운동이 시작됐지만 현란한 몸짓과 귀를 자극하는 로고송으로 유권자 이목을 끌었던 선거운동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여야를 비롯해 대부분 후보 진영은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고려해 조용한 선거 운동 방침을 정했다.
선거 로고송 제작도 지난 선거에 비해 줄었고 틀더라도 소리를 대폭 낮추거나 제작한 뒤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선거운동 필수품인 유세차를 대여하지 않는 후보도 부쩍 늘었다.
정의당 현정길(남구갑) 후보는 자체 제작한 세발자전거를 타고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실제 유세차 사용이 줄었다는 현장 목소리도 나왔다.
세발자전거 탄 정의당 현정길(남구갑) 후보 |
부산 한 유세차 제작업체 관계자는 "선거 때가 되면 보통 100대 유세차를 사전에 제작했지만 이번에는 80대로 정도로 줄였고 오늘에서야 모두 대여된 상태"라며 "후보들이 조용한 선거를 하려 하고 공천이 늦어진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세차를 빌리더라도 홍보영상을 틀거나 유세 때만 활용하고 마이크·확성기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선거운동원 없이 홀로 유권자를 만나는 후보도 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지금은 요란한 선거운동이 분위기에 맞지 않고 오히려 조용한 선거운동이 유권자에게 진심을 전달하기에 더 적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쟁 후보 간 조용한 유세를 하기로 합의한 경우도 있다.
해운대을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김미애, 더불어민주당 윤준호 후보도 이달 6일까지 유세차 음악·소리를 낮추거나 끄고 율동도 하지 않는 선거운동을 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분주한 유세차량 제작작업 |
부산에서 코로나19가 소강상태긴 하지만 시민 불안감은 여전해 후보들은 유권자를 만나더라도 조심스럽다.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악수 등 접촉을 피하고 명함 전달에만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한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는 "선거를 많이 해봤지만 이렇게 조용한 선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반면 무소속 후보들은 눈에 띄는 선거운동이나 선거운동원을 대거 투입해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높이려고 애쓰는 모양새였다.
미투(Me too) 의혹으로 공천이 취소된 뒤 무소속으로 북강서을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김원성 전 최고위원은 신나는 음악에 엘리스 프레슬리 복장을 한 선거운동원이 춤추는 선거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연제구 유권자 이모(25) 씨는 "선거 때만 되면 시끄럽고 무한 반복되는 로고송에 골치가 아팠는데 이번엔 코로나19 때문인지 조용해서 좋은 것 같다"며 "후보들이 정책이나 공약 경쟁에 집중하는 선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엘비스 프레슬리 복장을 한 선거운동원 |
win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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