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반발·혼란 계속되자 전날 긴급회의 개최
박 시장 "마른 수건 쥐어짜서라도 지원할 것"
재난지원금 분담률 30%→20% 압박용 해석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대응 관련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와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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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형 재난긴급생활비와 정부가 약속한 긴급재난지원금을 동시에 받을 수 있게 최종 결정을 내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시는 당초 중복 수령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이에 따른 시민들의 반발과 혼란이 지속되자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박 시장이 막판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를 상대로 재난지원금 분담 비율 하향 압박용 카드로 사용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날 오후에 긴급회의를 열어 실국장급 주요 간부들과 함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재난긴급생활비와 긴급재난지원금 중복 문제를 논의했다.이 자리에서 중복 지원에 따른 시 재정 고갈 문제, 생계고를 겪는 시민 지원 필요성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실제 전날 오후에 `서울 긴급생활비·정부 재난지원금 중복 수령 못한다`는 제목의 본지 기사가 나간 이후 서울시 콜센터로 `서울시와 정부 지원을 동시에 받을 수 있냐, 없냐`, `받는 금액이 결국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 등 문의 전화가 폭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 찬반 의견이 팽팽한 상황에서 박 시장은 결국 정부와 시 지원을 모두 받을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렸다. 박 시장은 “(중복 지원시) 향후 세입 여건 악화 등 재정적 어려움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지만, 마른 수건을 쥐어 짜서라도 방법을 강구하기로 했다”며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의) 중요사업을 포기해서라도 재난사각지대에 놓인 시민들과 취약계층을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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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결정에 따라 서울시에 거주하는 5인 이상 가구가 수혜대상에 포함될 경우 긴급생활비 50만원에 정부의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합해 150만원을 수령할 수 있게 된다. 만약 긴급생활비를 서울사랑상품권으로 받을 경우 10% 가산에 따라 최대 155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번 결정은 재난지원금에 대한 재원 분담률을 낮추기 위한 서울시의 사전 포석 행위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정부안에 따라 재난지원금을 하위소득 70% 대상으로 지급할 경우 서울시 수혜 대상 가구는 269만가구, 총 1조 7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시가 전체 예산의 20%에 해당하는 지방비를 부담할 경우 3500억원 가량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당초 정부는 서울시는 상대적으로 재정 여건이 양호한 점을 들어 전국 타 시·도와는 다르게 지자체 분담률(20%) 보다 10%포인트나 높은 30%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부담률 30%를 적용하면 서울시는 재난지원금 관련 52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시 예상 지원액 보다 1700억원이나 높은 수준이다. 이에 시는 “재난에 준하는 상황에서 예산 배정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른 시도와는 다르게 어렵고 빠듯한 재정 여건 속에서도 시비 20%를 매칭하기로 결정한 만큼 정부가 분담률을 20% 수준으로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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