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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연봉 꿈 무너진 이스타항공 수습부기장들…계약해지 통보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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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연봉 꿈 무너진 이스타항공 수습부기장들…계약해지 통보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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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믿고 참고 기다렸는데"…"우선고용 약속? 사탕발림일뿐"

정식부기장되면 억대 연봉…'주홍글씨' 우려도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 명의로 수습부기장들에게 전달된 우선고용안내서© 뉴스1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 명의로 수습부기장들에게 전달된 우선고용안내서© 뉴스1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김상훈 기자 = "지난해 11월 회사가 고용보장할테니 무급휴직을 쓰라고 해서 썼는데 이젠 퇴직원을 내면 한 달 치 월급을 위로금으로 주겠다고 합니다. 부드럽게 구조조정을 하기 위한 사탕발림인거죠."

5개월째 무급휴직 도중 갑작스럽게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이스타항공 수습부기장 A씨의 말이다. A씨는 "어떻게 보면 우리들이 회사에서 가장 취약계층인데 회사와 협상과정 하나 없이 일방적으로 해고당하게 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기업결합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30일 1∼2년 차 수습 부기장 80여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그러면서 최종구 대표이사 명의로 회사에 협조해 퇴직원을 제출하면 경영이 정상화되고 부기장 직종이 필요할시 우선 고용할 것을 약속하는 우선고용안내서를 수습부기장들에게 보냈다.

그러나 이날 기자와 통화한 복수의 수습부기장들은 이 약속을 믿지 않았다. 지난해 말에도 회사 측에서 업황이 좋지 못하니 무급휴직을 사용하면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고용 안내서가 진심이라면 수습부기장들이 실시중인 무급휴직을 연장하면 된다"며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무급으로 더 기다리겠다는 수습부기장들을 제일 먼저 처낸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들 중 일부는 회사에 퇴직원을 제출하지 않았다가 '주홍글씨'가 찍힐까봐 우려하는 모습도 역력했다.

B씨는 "수습부기장 80명은 4개의 기수로 이뤄져 있는데 기수마다 의견이 다른 상황"이라면서 "과거 사례를 보면 불합리한 해고라고 회사에 소송 해 복직했지만, 결국 훈련과정에서 자르더라. 괘씸죄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규 항공기 조종사가 되면 능력에 따라 억대 연봉이 보장되고 이직 기회가 많다. 이날 부기장들도 정식 부기장이 됐을시 수당을 합치면 월 실수령액이 700만원은 넘는다고 말했다. 억대 연봉 자격을 얻기 위해 개인적으로도 1억원 이상 투자하며 오랜 기간 달려왔는데 한순간에 그 꿈이 무너진 셈이다.


이들은 오히려 두 회사 경영진 측이 수천만원의 훈련비를 자신들에게 청구할까 우려하고 있다. 훈련계약서에 따르면 훈련생이 자진퇴사하면 회사가 투자한 훈련비를 토해내게 돼 있어서다. 이는 수습부기장들이 퇴직원 제출을 망설이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C씨는 "퇴직원을 제출하면 자진퇴사가 되지 않겠느냐"며 "해고를 당했는데 훈련비까지 내라고 한다면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스타항공은 우리가 훈련비를 부담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하지만 그런 논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스타항공은 수습부기장들에게 퇴직원을 제출한 경우 회사 경영 상황이 정상화되고 운항 사업을 확대할 때 재고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등 장기화되고 있어 이스타항공이 재고용 약속을 지키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추가 감원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제주항공은 지난 15일 공정위에 신청한 기업결합심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잔금 납부 후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을 통해 경영권을 인수하고 이스타경영 정상화에 직접 나설 계획이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한 달간 전 노선의 운항을 중단하는 '셧다운'에 들어간 상태다. 이미 자금 유동성 문제로 임직원의 2월 급여를 40%만 지급한 데 이어 3월에는 아예 급여 지급을 하지 못했다. 이스타항공은 4월 한 달간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휴직에 들어갈 계획이다.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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