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의 한 불법 도박 사이트 채팅방(토토방) 광고 문구다. 도박업체지만 사실상 가입만 하면 도촬(도둑촬영) 사진을 공개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보증금 5000만원', '다양한 이벤트/스포츠&미니게임' 등 도박 광고는 뒷전이다.
불법 사설 도박 사이트가 회원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미끼로 성착취 영상을 활용하고 있다. 영상을 제작·유포하는 n번방, 박사방 등과 불법 도박업체 간 '검은 커넥션'이 사이버 성범죄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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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물 사이트와 불법도박 사이트 제휴…텔레그램으로 영상 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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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조주빈이 텔레그램 홍보 대화방에서 '박사방'을 홍보하는 모습 /사진=텔레그램 대화 캡쳐 |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음란물 공유사이트를 운영한 조모씨(29)는 자신의 사이트와 제휴를 맺은 불법 도박 사이트의 VIP 회원에게 음란물을 전송했다. 음란물 전송에는 텔레그램이 쓰였다.
조씨는 타인의 클라우드에 침입해 피해자의 성관계 영상을 입수했고, 이를 도박사이트의 VIP 회원들에게 유포했다. 음란물 사이트와 불법 도박 사이트의 유착관계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조씨는 올 초 성폭력 범죄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3년과 80시간의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받았다.
텔레그램 내에서 성착취영상과 불법도박 대화방은 깊은 관계가 있다. 불법 도박 사이트는 회원을 모집하기 위해 n번방과 박사방 영상을 미끼로 내걸기도 한다. 불법 도박 자금을 충전한 VIP 회원에게는 영상을 따로 보내주겠다는 홍보도 한다.
'n번방'의 내부고발자 A씨는 "스포츠 토토방에서 박사방·n번방의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면서 "(토토방) 홍보방에서도 음란물방 링크가 공유된다"고 지적했다. '박사' 조주빈의 공범 '태평양' 이모(16)군도 도박방에서 고객 관리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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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방에서도 성착취영상 유통…조주빈, 한달 전까지 박사방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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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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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취재진은 현재 텔레그램에서 활동 중인 홍보방과 불법 도박방에서 성착취영상을 미끼로 홍보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홍보방의 경우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가 대부분이다.
음란물 공유 현황이 발각돼 정지된 불법 도박방도 있었다. 불법 사설 토토 광고 홈페이지에 '은밀한 방'이라고 홍보하던 텔레그램 대화방 입장을 시도하자 "이 채널은 불법 음란물을 확산시켰기 때문에 볼 수 없다"는 텔레그램 측의 경고가 떴다.
불법 도박을 홍보하는 글쓴이에게 박사방의 영상을 줄 수 있냐고 접근한 대화도 찾아볼 수 있었다. 글쓴이가 가격을 제시하자 이용자는 "너무 비싸다. 영상 안 보낼 거면 그만 대화하자"며 대화방을 종료했다.
조주빈이 홍보방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흔적도 발견했다. 조주빈은 성착취영상 중 일부를 캡쳐해 올리고 이글을 다른 홍보방에도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한달 전쯤에도 조주빈은 꾸준히 박사방을 텔레그램 내에서 홍보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불법 사설 토토나 n번방 같은 것들은 잡초처럼 자란다"면서 "지금 단속을 해도 조금만 지나면 다시 퍼지지만 그럼에도 계속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도 이같은 사태를 해결하려면 민간이 신고할 경우 포상 등의 동기부여를 주는 등 적극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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